삼성중공업이 2015년부터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선박만 건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선주의 요구에 따라 친환경 기술을 일부 적용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지만,5년 뒤부터는 현재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줄인 '녹색선박'만 수주하고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8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조선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녹색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노인식 사장은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녹색성장을 핵심 정책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녹색경영을 위한 중기 전략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오직 '녹색선박'만 만든다

노 사장은 지난해 말 대표이사 취임 후 일성으로 녹색경영사무국과 녹색경영위원회를 구성,녹색성장과 관련한 중 · 장기 전략을 짤 것을 지시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안을 검토하는 등 녹색성장과 관련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업계가 무서운 속도로 한국 조선업계를 추격해 오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했다.

직원 6명으로 구성된 녹색경영 사무국은 한 달간의 철야작업 끝에 △5년 후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선박만 생산하고 △녹색사업장을 실현하며 △에너지 제로(zero) 주택을 출시한다는 내용의 중 · 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한계를 느낄 때마다 드릴십,에너지 개발,크루즈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위기를 돌파해왔다"며 "녹색선박 시장을 선점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5년간 5000억원 투자

삼성중공업은 이날 발표한 중 · 장기 전략에 따라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녹색선박 건조를 위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선박을 설계하고 폐열회수장치,저온연소 등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각종 신기술을 연구하기로 했다. 민간기관과 함께 LNG(액화천연가스) 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초전도 전기추진 모터 및 케이블,이산화탄소 포집 기술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관련 기술을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선에 모두 적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나무 1200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회사 관계자는 "1년에 60척을 건조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7억20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며 "선박 가격은 일반 선박보다 비싸지겠지만,선주사들도 녹색선박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조선소를 녹색사업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건설사업부에서는 고효율 단열자재 등을 사용해 외부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한 '에너지 제로 주택'을 내년에 선보이기로 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