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태블릿PC '아이패드(iPad)'는 넷북(미니 노트북),전자책(e-book) 단말기,MP3 플레이어,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하나로 묶은 '올인원 IT(정보기술) 기기'다. 아이폰으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흔들고 있는 애플이 넷북,전자책 단말기 시장까지 노리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이 회의석상에서 "그동안 죽기살기로 열심히 뛰어 노키아를 따라붙었는데 엉뚱한 곳(애플)이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애플은 이제 음악 전자책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업과 휴대폰 컴퓨터 등 하드웨어의 양대 축을 앞세워 글로벌 패권 장악을 본격화할 태세다.

◆아이폰과 호환은 기본

아이패드는 아이폰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아이폰처럼 애플의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 올려져 있는 14만여 개의 응용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아이북스' 서비스로 전자책 콘텐츠도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하퍼콜린스,펭귄,사이먼&슈스터,맥밀란,하체트북 등 5개 주요 출판사와 제휴를 마치고 이들의 전자책 콘텐츠를 아이패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 '킨들'과 같은 기존 전자책 단말기는 흑백 화면으로만 책을 읽을 수 있는 반면 아이패드는 컬러와 흑백 화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넷북이나 콘솔 게임기도 아이패드의 출시로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패드는 넷북의 기능을 대부분 실행할 수 있으면서도 무게는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날 발표회에선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3차원(D) 레이싱 게임을 아이패드로 시연하기도 했다.

◆필기 기능에 디지털 액자로도 활용

아이패드는 아이폰처럼 '멀티 터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인터넷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줄이고 키우는 게 가능하다. 열려 있는 많은 페이지를 '섬네일'(여러 개의 사진이나 인터넷 페이지 등을 작게 줄여 한 화면에 모두 띄운 것)로 본 뒤 원하는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다.

디지털 액자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을 충전하기 위해 도크(받침대)에 올려놓으면 아이패드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 화면상에 다양한 그래픽 효과와 함께 나타난다. 각종 동영상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으며,위성을 활용해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도 있다. 아이패드는 필기도구의 역할도 한다.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워 간편하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고,기존에 작성한 메모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도 있다.

제품 크기는 가로 189.7㎜,세로 242.8㎜에 두께는 13.4㎜다. 얇은 B5 용지 크기의 책을 떠올리면 된다. 무게는 모델별로 680~730g이다. 화면은 발광다이오드(LED)를 후면광원으로 이용하는 9.7인치 LCD(액정표시장치)를 썼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애플이 자체 제작한 1기가헤르츠(㎓)급 '애플 A4'가 탑재된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긴 것도 특징이다. 리튬폴리머 배터리 기술을 사용한 덕분이다. 인터넷 서핑이나 동영상 등을 계속 이용해도 10시간 정도 쓸 수 있다. 모델별로 와이파이(무선랜),3세대(G) 이동통신 기술도 담겨 있다. 휴대폰처럼 전화를 하는 기능은 없으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인터넷 전화로 활용할 수는 있다.

아이패드의 제조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수탁생산(EMS)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맡는다. 아이팟,아이폰 등을 생산해 온 곳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LG전자의 스마트폰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세계 4위 LCD 업체인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도 합병했다. 폭스콘은 중국에 40만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할 만큼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