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한국형 원조모델 안은 한마디로 '경제개발백서'다. 경제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있지만 기술과 인재,자원 등이 부족한 빈곤국과 개발도상국들에 전 분야에 걸친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경제한류' 전파경로

우선 산업현장과 과학기술 연계의 성공모델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 노하우를 전파하기로 한 것은 한국 특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다른 개도국에도 유효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핵심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이 한국의 단기 압축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KAIST와 KIST가 엘리트 위주의 교육체계라면 전 국민을 위한 교육 정책으로는 교육방송 설립이 제시된다. 초등학교부터 성인 교육까지 망라하는 방송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역금융시스템 지원도 대기업 육성과 수출경제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주도로 설립한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KOTRA 등의 운영시스템은 자금력과 글로벌 마케팅능력이 취약한 개도국들의 해외 진출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양성안으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한국생산성본부 등을 통한 지원책이 꼽혔다. 후진국의 특징 중 하나인 불투명한 세원을 관리하기 위해 현금영수증제도와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운영방안도 넘겨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설립과 권한 범위는 초기 제조업에 대한 집중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한 개도국들에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SP와 유 · 무상 원조의 연계

정부는 경제원조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발전공유사업(KSP)과 공적개발원조(ODA)를 연계시키기로 했다. KSP를 통해 개도국에 경제컨설팅을 해주는 과정에서 발굴한 개발 프로젝트에 유 · 무상 지원금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미 우즈베키스탄과 2011~2014년 사이에 △거시경제 관리 △중기재정 전망 △통화정책 △산업 클러스터 △과학기술과 제조업 연계 등의 분야에 중기개발계획을 공유하기로 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는 수자원 관리와 도로건설 등 국가 인프라 구축 관련 노하우를, 베트남은 2011~2020년 중소득국가 전환을 위한 장기개발계획 컨설팅을 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집중지원대상국을 올해 4개국에서 2011년 7개국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는 전직 고위관료와 기업인 등을 모아 전문 컨설턴트 그룹도 만든다. 외국어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한국형 원조모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시켜 해외에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개발경험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관료와 민간기업인 등의 구술 내용을 녹음하는 작업에도 들어간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