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쏘나타 F24 GDi'를 앞세워 도요타와 언제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형 쏘나타가 품질과 성능에서 앞서는 만큼 캠리와 비슷하게 가격을 책정했음에도 불구,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이 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캠리를 연상시키는 자동차와 쏘나타 F24의 비교광고를 TV에 내보낸 데 이어 26~27일 제주도에서 캠리와 쏘나타 F24의 비교시승회를 열었다.

◆순간 가속력 뛰어난 쏘나타

현대차는 비교시승을 위해 캠리 신차를 1년간 임대했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쏘나타 F24와 캠리의 비교시승은 '좋은 차'를 타는 기분이 어떤지 느끼게 했다. 둘 다 안락하고 승차감도 좋았다.

하지만 순간 가속력과 안정감 면에서는 쏘나타가 앞서는 느낌이었다. 현대차는 쏘나타 F24에 독자 개발한 GDI(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처음 탑재했다. 서스펜션도 제네시스급의 최신형을 장착했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

이에 비해 캠리는 출시한 지 4년이 넘어 '완전 변경'을 눈앞에 둔 모델이다. 나이로 친다면 쏘나타가 '젊은 20대'라면 캠리는 '60대 노신사'라고나 할까.

이런 차이는 실제 주행에서도 드러났다. 캠리는 일본차 특유의 끊기지 않는 매끄러운 가속을 보여줬지만 순간 가속력 면에서는 쏘나타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쏘나타는 조금만 건드려도 터져나갈 듯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시속 100㎞에 도달하려면 3000 이상까지 rpm(분당 회전수)을 올려야 했던 2.0모델과 달리 2500rpm 안팎에서도 고속 주행대에 쉽게 도달했다. 핸들링에서는 급격한 커브길을 통과할 때 차체가 흔들려 약간의 어지럼증을 유발시키는 캠리와 달리 쏘나타의 하체는 탄탄했다.

제원표도 쏘나타가 우세하다. 쏘나타는 최고 출력 201마력,최대 토크 25.5㎏ · m의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캠리는 최고 출력 175마력,최대 토크는 23.6㎏ · m에 그치고 있다.

◆품질경영 성과,'제값받기' 시동 걸었다

현대차는 '쏘나타 F24 GDi' 출시를 계기로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제값 받기'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형 쏘나타의 국내 판매가격은 2866만~3321만원으로 캠리(3490만원 · 2500cc)보다 169만~624만원 싸다.

현대차는 캠리와 유사한 옵션을 적용할 경우 3098만원으로 392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값을 너무 올렸다는 눈총을 보내고 있지만,현대차는 두 차를 동시에 타보면 쏘나타가 비싸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도 캠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예상밖으로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건은 국내외 소비자의 반응이다. "품질 면에서는 한국차가 일본차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가격차가 몇 백만원 정도라면 일본차를 사겠다"는 의견으로 네티즌의 반응은 양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도요타도 1980년대 렉서스를 미국에 처음 출시할 때 BMW나 벤츠에 비해 1만달러 정도 싸게 차를 내놔 15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며 "현대차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인지도가 올라선 것을 계기로 제값 받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등 기업이 된 것도 1993년 신경영체제 선언 이후 제값 받기 운동을 펼치고,이것이 주효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