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화 태광그룹 창업자와 조상의 묘를 도굴해 유골을 훔친 뒤 돈을 뜯으려 한 도굴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은 태광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임용 전 회장의 묘지를 도굴해 유골을 훔친 혐의(분묘발굴 및 사체 등 영득)로 A씨(4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1999년 울산에서 발생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부친 묘 도굴사건과 2004년 충남 공주에서 발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부모 묘 도굴사건의 범인과 같은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청하면 서정리에 있는 이 전 회장의 묘지를 파헤쳐 유골 일부를 훔치고 난 뒤 그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유골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현금 10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묘지를 파헤친 뒤 곧바로 전화를 해 현금을 요구했으며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자신의 용건만 말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경찰은 이번 범행 수법이 1999년과 2004년 울산과 충남 공주에서 발생한 롯데와 한화그룹 가족 묘지 도굴사건과 유사해 당시 A씨 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을 해 왔다.

경찰은 26일 오후를 전후해 이 전 회장의 묘지 근처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렌터카 모습과 용의자 A씨가 묘에 접근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를 추적해 왔으며,28일 오후 2시15분께 대전시 동구에서 붙잡았다.

그는 붙잡힌 뒤 단독 범행을 주장하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지만 훔쳐간 유골의 보관 장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집 등에 대한 수색을 실시해 유골을 찾을 계획이다.

경찰은 그의 진술과 CCTV 정황 등을 바탕으로 일단 단독 범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신경원 기자 shk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