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에 발목 잡혀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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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한달째 답보
지난달 30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결정이 내려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한 달째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처리를 놓고 채권단 및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 사이의 갈등과 대우건설 처리에 대한 이견이 노골화되면서 불똥은 협력업체에까지 번지고 있다.
◆대우건설 FI의 모럴해저드
당초 산업은행이 제시한 구조조정안은 FI가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시가보다 6000원 이상 비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고,옵션행사가격인 주당 3만1500원과의 차액은 풋백옵션 이행의무가 있는 금호산업에 출자전환시키자는 것이다. FI들은 그러나 이 제안은 애초의 목표수익률은커녕 대우건설 인수가격인 주당 2만6000원대에도 못미친다며 반발하더니 현실성 없는 제안을 앞세워 2주일 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I들이 진정성이 떨어지는 해외 투자확약서(LOC) 등을 근거로 신규자금 2조2000억원을 투입할테니 금호산업 자회사인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까지 지배권을 확보하겠다는 제안을 해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FI들이 구체적인 신규자금 마련 계획은커녕 하루가 시급한 금호의 운영자금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지난 27일 FI에 투자 원금을 보장하는 제안을 수정 제시했으나 18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FI들의 의견충돌로 합의점 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FI들의 반발을 주도하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의 지나친 이기주의가 최대 걸림돌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박에 가까운 무모한 투자를 해놓고 손실분담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고수익만을 노리고 리스크가 큰 풋백옵션에 투자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호 구조조정도 답보
금호그룹이 지난 5일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인력조정과 조직 통폐합을 제외한 보유자산 매각 등은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금호는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 및 금호건설의 홍콩유한공사에 대한 자산 매각을 통해 약 4776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제1 열병합발전소의 임차사용 조건부 매각과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약 2653억원을 마련하기로 한 계획도 마찬가지다. 금호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그룹 차원에서 임의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단 실사 이후 협의하에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과 처분권을 위임받기 위한 각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박 전 회장 측은 이달 들어 2차례에 걸쳐 석유화학 주식 28만여주를 매도,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채권단 내에서도 워크아웃 기업주의 자산이 동결되지 않고 임의로 처분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사재 출연이 늦어지면서 불똥은 협력업체로 튀고 있다.
금호산업 협력사 대표들은 27일 모임을 갖고 결제대금을 받지 못한 844개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음 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호산업의 상거래 채권 규모는 2800억원으로 이 자금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금호산업은 물론 협력업체 연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심기/장창민 기자 sglee@hankyung.com
◆대우건설 FI의 모럴해저드
당초 산업은행이 제시한 구조조정안은 FI가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시가보다 6000원 이상 비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고,옵션행사가격인 주당 3만1500원과의 차액은 풋백옵션 이행의무가 있는 금호산업에 출자전환시키자는 것이다. FI들은 그러나 이 제안은 애초의 목표수익률은커녕 대우건설 인수가격인 주당 2만6000원대에도 못미친다며 반발하더니 현실성 없는 제안을 앞세워 2주일 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I들이 진정성이 떨어지는 해외 투자확약서(LOC) 등을 근거로 신규자금 2조2000억원을 투입할테니 금호산업 자회사인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까지 지배권을 확보하겠다는 제안을 해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FI들이 구체적인 신규자금 마련 계획은커녕 하루가 시급한 금호의 운영자금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지난 27일 FI에 투자 원금을 보장하는 제안을 수정 제시했으나 18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FI들의 의견충돌로 합의점 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FI들의 반발을 주도하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의 지나친 이기주의가 최대 걸림돌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박에 가까운 무모한 투자를 해놓고 손실분담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고수익만을 노리고 리스크가 큰 풋백옵션에 투자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호 구조조정도 답보
금호그룹이 지난 5일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인력조정과 조직 통폐합을 제외한 보유자산 매각 등은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금호는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 및 금호건설의 홍콩유한공사에 대한 자산 매각을 통해 약 4776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제1 열병합발전소의 임차사용 조건부 매각과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약 2653억원을 마련하기로 한 계획도 마찬가지다. 금호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그룹 차원에서 임의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단 실사 이후 협의하에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과 처분권을 위임받기 위한 각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박 전 회장 측은 이달 들어 2차례에 걸쳐 석유화학 주식 28만여주를 매도,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채권단 내에서도 워크아웃 기업주의 자산이 동결되지 않고 임의로 처분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사재 출연이 늦어지면서 불똥은 협력업체로 튀고 있다.
금호산업 협력사 대표들은 27일 모임을 갖고 결제대금을 받지 못한 844개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음 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호산업의 상거래 채권 규모는 2800억원으로 이 자금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금호산업은 물론 협력업체 연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심기/장창민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