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도에서는 간통죄를 지으면 형벌로 코를 잘랐다. 이 때문에 절단된 코를 재건해야 할 환자들이 많았고,일찍부터 피부이식을 이용한 코 재건수술이 성행했다. 1840년 런던의 조지프 카푸라는 의사가 이마의 피부조직을 이용해 코 재건수술에 성공한 것은 인도의 코 재건수술을 보도한 신문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결과였다.
그만큼 고대 인도의 수술은 발달했고,백내장도 수술로 치료했을 정도였다. 인도의 초기 의학저술가로 알려진 차라카와 수슈루타는 20가지의 날카로운 수술도구와 101가지의 뭉툭한 수술도구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자세히 묘사했는데 이들의 저서는 서기 800년께 아랍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의학,놀라운 치유의 역사》는 서양의학 중심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동 · 서양의 다양한 치료전통을 인류가 축적해온 공동의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세계 의학사를 설명한다. 어떤 하나의 전통만이 의학을 독점할 수는 없다는 것.대개의 의학사 개론서들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의학의 역사를 과학적 의학을 향한 단선적 발전의 과정으로 기술하는 것과 달리 인도와 중국은 물론 아메리카 원주민의 치료전통까지 서양의학과 동등한 차원에서 설명한다.
기존 의학사 책에서는 거의 무시돼온 대체의학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아로마요법,알렉산더요법,동종요법,홍체학,약초요법,침,지압,선(禪)치료 등 주류의학에 의해 주변화된 치료 전통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화학적 검사의 중요성을 설파한 파라셀수스 등 의학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은 물론 치유에서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강조한 고타마 싯다르타(붓다),아유르베다 의학의 기초를 놓은 차라카와 수슈루타,침술의 대가였던 편작과 화타 등 인류의 치유전승에 기여한 다양한 치유자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 전통적 의식을 통해 공동체의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샤먼들도 치유자로 소개한다. 아울러 지나치게 기술중심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비판받아온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반의료문화 운동의 전개와 대체의학 및 다른 문화권의 전통의학이 서양에서 수용되고 있는 현황도 짚으면서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의 소통과 통합을 강조한다. 동서양 고대 의학문헌의 삽화와 주요 의학도구 및 수술장면,다양한 문화권의 치료법과 사회상을 묘사한 그림과 사진 등도 풍부하게 수록해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