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수를 재개함에 따라 증시가 5일 만에 반등했다. 글로벌 증시의 최대 이슈인 미국 은행 규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진전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 일단 관련 법안이 조기에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안도감이 외국인의 매수세를 되살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월가에 대한 개혁을 당초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은행 규제 수위와 폭을 가늠해볼 수 있는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의회 청문회 증언이 예정된 다음 달 2일까지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돌아온 외국인에 증시 5일 만에 반등

코스피지수는 28일 강보합세로 출발했으나 외국인이 13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상승폭을 넓혀 16.95포인트(1.04%) 오른 1642.43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로 일단 은행 규제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우량 대형주인 블루칩을 중심으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FRB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를 상당기간에 걸쳐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

외국인은 LG전자를 620억원어치 매입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347억원) 삼성전자(315억원) 신한지주(276억원) 포스코(216억원) 신세계(207억원) KT&G(170억원) 현대모비스(139억원) 삼성전기(131억원) 기아차(116억원) 등 블루칩이 매수 타깃이었다.

◆IT주는 태블릿PC 기대로 강세

정보기술(IT)주는 외국인 매수에다 애플의 태블릿PC 출시에 따른 수혜 기대까지 겹쳐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애플에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하기로 한 LG디스플레이는 4.68% 급등한 4만300원으로 마감했으며 LG전자(3.77%) 삼성전기(3.31%) 등도 상승했다. 삼성SDI 역시 이틀째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1% 이상 오르며 각각 사흘과 나흘 만에 반등했다.

IBK투자증권은 "경쟁 업체들의 태블릿PC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올 한 해 낸드 수요가 15~20% 정도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태블릿PC 관련주 중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국인이 이날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현대차는 경쟁사인 도요타가 미국에서 캠리에 대해 리콜을 하고 당분간 생산을 중단한다는 발표에 4.13% 상승했다. 대우증권은 도요타의 생산 중단이 2주간 이어질 경우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불안한 반등장세 전망

전문가들은 은행 규제에 대한 불안감이 일단 진정되면서 시장이 안도하는 분위기라는 평가다.

김학균 SK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세금 추징 외에 추가적인 움직임을 예측할 만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수가 소폭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월가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 과정에서 규제법안 내용도 일부 조정될 것"이라며 시장이 일단 단기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개혁 자체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시장의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상업은행들이 한국 등 신흥국가에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은행 규제가 확정되면 작년 32조원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수가 향후 거꾸로 순매도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법안 마련 과정에서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때마다 투자심리 위축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증시는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상승세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 측면이 크다"며 "유동성 축소와 안전 자산 선호가 이어지면 내달 초 무렵까지 코스피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 투자자들은 당분간 지나친 상승 기대를 접고 일단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