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술시장을 이끌 테마주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제2의 인터넷 붐''스토리텔링''팝아트' 등을 꼽았다.

우선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영상 설치미술시장이 급성장하고,문화계 전반에 스토리텔링 기법이 인기를 끌면서 화단에도 '스토리 아트'붐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20~40대 디지털 감성을 반영하는 팝아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경매시장에선 박수근 김환기 이우환씨 등 현대미술 대가들이 '승자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란 분석이다.

◆제2의 인터넷 붐 기대주=영상 미디어 · 설치미술은 지난해 화단에서 가장 뜨거웠던 테마다. 지난해 11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에 영상 설치 작품 'LED아트워크'가 불을 밝히면서 관심을 고조시켰다. 서울 청담동 패션업체 에르메스코리아 전시장에서 작품전을 갖고 있는 김수자씨를 비롯해 이기봉 · 최정화 · 서도호 · 김홍석 · 김범 · 정연두 · 최우람 · 이불 · 양만기 · 김기라 · 함경아씨 등 영상 설치 작가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최우람씨는 오는 3월 뉴욕 비트폼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신작을 내놓으며,'예술전사' 이불씨는 4월에 벨기에 브뤼셀 보고싱앙 재단의 초청을 받고 대표작을 두루 보여준다. 또 김기라씨는 독일 보훌 현대 미술관의 기획전 '다른 유사성'전(4월15일~5월15일)에 초대된다.

◆스토리텔링의 힘=그동안 각광받던 극사실주의나 예쁜 꽃 그림이 퇴조하고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스토리텔링 화풍'(일명 스토리아트)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중견 인기 작가 이왈종(골프 · 노화랑) · 김원숙(사랑과 추억) · 황주리(추억) · 전준엽씨(풍류)가 전시를 준비 중인 데다 김병종(여행) · 이수동(사랑) · 김덕기(가족) · 신선미(여성) · 성태진씨(삼국지) 등도 새로운 신작들을 구상하고 있어 이들의 새로운 화풍이 기대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울산 대 교수)은 "스토리텔링 아트가 재미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화법이나 화단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국내시장이 확대되면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팝아트의 붐=팝아트가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감성을 반영하고 있는 데다 20~40대 디지털세대가 친근하고 편안한 그림을 선호하는 만큼 올해 시장에서도 활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 팝아트 작가는 최근 2~3년 사이에 100여명으로 늘어난 데다 작품 형식 역시 평면 회화에서 조각을 비롯해 사진,조각,영상 설치 분야로 급속히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변웅필씨를 비롯해 이승애 · 윤기원 · 이길우 · 안윤모 · 임태규 · 데비한 · 임택 · 최원석(이상 회화),파야(사진),이경호 · 정유호 · 이상회(영상),이환권 · 권오상 · 김경민 · 도영준 · 홍정표(조각),낸시랭 · 한젬마씨(퍼포먼스) 등이 팝아트 테마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 독식' 가능할까=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의 낙찰총액 상위 작가인 박수근(37억원) · 김환기(59억원) · 이우환(62억원) · 이대원(15억원) · 김종학씨(17억원) 등 '빅5'는 최근 1~2년 사이 작품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올해 '큰 손'컬렉터들이 입질을 시작하면 투자 수혜가 기대된다. 올해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들 대가 작품에도 매기가 더욱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시장 수혜 작가=지난 6년 동안 홍콩 미술시장의 수혜를 본 작가들은 올해도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배혜경 홍콩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홍콩이 미국과 유럽의 미술품 소비 위축을 보완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이 맞물릴 경우 이런 관심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김동유 · 홍경택 · 최소영씨 등 젊은 작가뿐만 아니라 김창열 · 전광영 · 노상균 · 김덕용 · 황영기 · 오치균 · 강형구 · 최영걸씨 등 중견 원로들을 관심 작가로 추천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