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제작된 일부 웨지는 되고,지난해 출시된 대부분 웨지는 안 되는가?' 미국PGA투어는 올해부터 미국골프협회(USGA)가 새로 정한 규정에 적합한 클럽만 사용하도록 했다. 요컨대 클럽의 '그루브'(페이스에 파인 홈)를 제한,선수들이 러프에서 스핀을 함부로 먹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선수들은 새 규정에 맞게 제작한 신형 웨지를 들고 대회에 나간다.

그러나 2주 전 소니오픈에 존 데일리와 딘 윌슨이 20년 전에 만든 구형 웨지를 들고나와 플레이했다. 모두 '핑' 제품이었다. 두 선수는 구형 핑 웨지가 새 그루브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이번에는 남자골프 세계 랭킹 2위 필 미켈슨(39 · 미국 · 사진)이 20년 된 핑 웨지로 플레이,다시 한번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미켈슨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2 · 길이7568야드)에서 열린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530만달러) 1라운드에서 '핑 아이2' 웨지를 사용했다. 이 대회에서만 세 차례 우승한 미켈슨의 첫날 성적은 2언더파(버디5,보기3) 70타로 공동 40위.미켈슨이 구형 웨지를 사용한 것이 알려지자 폴 고이도스 등 동료들은 "'새 그루브 규정'에 저촉될 만한 소지가 있는 웨지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투덜댔으나 주최 측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나온 핑 아이2 웨지는 단면이 올해부터 대부분 사용이 금지된 'U자형'이다. 그러나 투어 측은 사용 제한 품목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았다. 핑이 당시 USGA의 사용금지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핑의 손을 들어주면서 1990년 4월1일 이전에 생산된 이 모델은 미주 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켈슨 등은 그 판결을 근거로 구형 웨지를 들고나간 것이다.

이날 미켈슨이 러프에서 구형 웨지로 친 샷이 6m가량이나 백스핀을 먹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투어 내에서 구형 웨지 사용에 대한 논란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편 최경주(40)와 위창수(38 · 테일러메이드)는 각각 이븐파 72타, 1언더파 71타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