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0여곳 소송중…상당수 재개발사업 무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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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분담금 누락 재개발 동의서 무효" 파장
분양 눈앞에 둔 곳도 사업 초기단계로 돌아가야
분양 눈앞에 둔 곳도 사업 초기단계로 돌아가야
29일 대법원이 '주요 사업내용이 누락된 불완전 동의서를 받아 설립된 조합은 무효'라는 확정 판결을 내림으로써 전국의 재건축 · 재개발 사업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당수 조합들이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을 때 철거 및 신축비용 등 주요 기재사항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개발 ·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이를 이유로 소송을 걸면 꼼짝없이 소송에 지면서 사업이 무산되거나 장기화되고,비용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전국 100여곳에 달한다.
◆재개발 · 재건축 무산될 수도
부산 우동6구역에 대한 판결이 특별히 의미를 갖는 것은 대법원 확정판결이란 점이다. 작년까지 불완전 동의서를 기초로 설립된 조합은 무효라는 1 · 2심 판결이 있었지만,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작년 하반기에 확정판결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대법원이 "조합설립무효 소송은 민사가 아니라 행정으로 다투라"고 결정하면서 확정판결이 늦어졌다.
이번 판결의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현 단계에서 조합설립의 하자 치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은 중도에 다시 동의서를 받는 방식으로 하자를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소송은 하자 치유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실제 불완전 동의서를 이유로 최근 조합설립무효 판결을 받은 서울 성동구 왕십리1구역에 대해 재판부는 조합설립인가의 후속절차인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계획승인 등도 모두 무효화시켰다. 처음부터 다시하라는 취지다. 착공이나 일반분양을 눈앞에 둔 곳도 사업초기 단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을지의 차흥권 변호사는 "재개발 · 재건축사업 추진 절차가 많이 바뀐 상황이어서 심한 곳은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조합원들이 그동안 쓴 비용을 물어내야 한다"고 우려했다. 사업이 무산되지는 않더라도 사업지연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비 및 조합운영비 등을 대부분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수천만원씩 늘어날 수도 있다.
◆조합설립무효 소송 100곳 이상에서 진행
법조계는 동의서 하자를 쟁점으로 하는 조합설립무효 소송이 전국적으로 100곳 이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소송이 모두 이번 대법원 판결의 영향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동의서 하자로 인한 조합설립무효 소송의 유형은 △필요한 기재사항을 빠뜨린 백지 동의서를 받은 경우 △국토부 지침에 의한 표준 동의서를 사용한 경우 △국토부 표준동의서에 분담금 계산 공식까지 제시한 경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백지 동의서 이외의 경우는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1 · 2심 판결이 엇갈리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표준 동의서 양식을 사용한 경우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무효로 보는 판결이 많고,계산공식까지 붙인 경우엔 조합설립이 유효한 것으로 보는 판단이 많다. 대법원은 이르면 상반기 중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확정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의 남기송 변호사는 "서울 중구 순화1-1구역의 경우처럼 국토부 표준 동의서를 사용했는데도 분담금 내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곳이 나오면서 지난해 전국적으로 소송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며 "동의서 하자를 둘러싼 논란은 대법원 판단이 모두 나와야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