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깨진 증시…외국인 '팔자'에 사상최대 실적 빛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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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장중 1600 무너져…코스닥은 500 밑으로
외국인 IT주 중심 매도…삼성전자 80만원 붕괴
외국인 IT주 중심 매도…삼성전자 80만원 붕괴
증시가 수급 공백으로 무기력하게 밀리고 있다. 되살아나는 듯하던 정보기술(IT)주가 외국인의 매물에 무너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에 1600선을 내주는 등 급락했다. 국내 대형 IT주들은 퀄컴 모토로라 등의 실적 부진이 미국 증시를 1% 넘게 끌어내린 여파에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은행 규제와 중국 긴축 우려가 잠복해 있는 상태에서 미국 IT주의 실적 부진과 그리스 등 유럽 금융 불안까지 더해져 해외발 악재가 증시를 압박하는 강도가 커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1550~1570선에서 증시 하락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위축된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대 실적도 퇴색
29일 코스피지수는 장 후반 한때 1595선까지 밀렸다. 장중 16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2월3일(1594선)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코스피지수는 마감 동시호가 때 낙폭을 가까스로 줄여 40포인트(2.44%) 내린 1602.43에 마감,1600선을 간신히 방어했다. 코스닥지수는 500선을 내준 채 장을 마쳤다. 500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12월11일(495.21) 이후 40여일 만이다.
외국인 매물에 사상 최대 실적도 빛이 바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80만원 선이 붕괴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매도 주문이 몰려 2.97% 빠진 78만4000원에 장을 끝냈다.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SDI 등도 3~5%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미국 IT주들의 실적 부진과 함께 중국이 긴축으로 돌아서면 IT 소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고 전했다.
전날 깜짝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사상 첫 1조원 돌파를 기록한 기아차 등 자동차주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장중 선전했지만 끝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양호한 실적에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으로 1.02% 상승했다.
이와 관련,조수홍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자동차주는 지난해처럼 극적인 이익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도요타 리콜사태의 파장이 커져 해외 업체와의 브랜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긴축 우려가 발목을 잡은 철강 기계 화학 등의 업종도 3%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사흘 만에 3000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장 후반 힘을 내지 못해 0.16% 하락한 2989.29에 마감했다.
◆연기금,지수 하락 방어 기대
전문가들은 1600선이 깨지더라도 1550~1570선에서 지지선이 구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은행 규제 영향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변동성이 커져 외국인이 매수와 매도를 오가는 혼조 양상을 보이겠지만 1570선 정도에서 하락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을 감안하면 1570선이 지지선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시 급락이 멈추더라도 상승 추세로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악화된 투자심리가 다음 달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를 겨냥한 중기적 안목에서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은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기금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증권은 올해 국민연금의 순매수 금액이 최대 12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수가 추가로 더 빠질 경우 매수 규모를 확대해 지수 하락을 방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05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 3880억원을 순매수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