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랠리를 펼치던 주식시장에 'G2(미국과 중국)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외부 악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그간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투자자들마저 오락가락하며 가뜩이나 불안한 투자심리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1600선 전후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큰폭으로 반등할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해 박스권 안에서 횡보하는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리스크를 줄이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G2 리스크'로 연초 랠리 급제동

지난해 두바이쇼크 이후 급반등한 코스피지수는 한 달반 만에 13% 넘게 치솟으며 전고점인 1720선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풍부한 유동성을 발판삼아 랠리를 펼치던 국내 증시는 미국 정부의 금융규제와 중국의 긴축 우려 등 이른바 'G2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매수 일변도였던 외국인들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잘나가던 대형 우량주들은 줄줄이 조정을 받았다.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쏟아내고 있지만,주가는 빛이 바랜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공세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기술적 반등을 넘어서는 강한 오름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긴축 우려는 경기회복을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미국의 은행규제는 당장 글로벌 증시에 풀려 있는 유동성 회수로 이어질 수 있어 상당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 둔화 등 지난해와 같은 가파른 경기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금리상승 등 유동성을 제한할 수 있는 변수들이 잇따를 경우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권기정 RBS증권 상무는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공급의 후유증으로 올해는 '출구전략' 등 긴축과 관련된 이슈들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인들도 미국이나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IT(정보기술)와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이익 상향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증시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팀장은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으로 매력적인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며 "지수 1600선 전후에서 지지력을 확인한 후 2월 중 단기적인 추세 반전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할매수와 방어주로 대응해야

주요 증권사들은 2월 코스피지수의 예상밴드를 1580~1700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존하는 우려와 기대 속에 지수는 당분간 제한된 범위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증시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조정을 매수기회로 삼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 1600선 근처에서는 분할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실적 모멘텀이 뛰어난 IT와 자동차주를 관심 대상으로 꼽았다. 현대증권은 높아진 변동성을 피하는 방법으로 내수 소비재 중심의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면서 KT와 GS 한국전력 등을 투자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대우증권 역시 현대백화점과 아모레퍼시픽 등 대표 내수주들을 관심주로 추천했고,삼성증권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실적이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형주와 대한항공 한국전력 한진해운 등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업황이 돌아서고 있는 종목들로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 밖에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덜 오른 종목들과 기존 주도주 사이의 수익률 '키맞추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익 증가속도는 빠른 반면 가격부담이 적은 산업재나 통신 유틸리티 정유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