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갈산동에서는 중소 규모 유통업주들이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입점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주위 소상공인이 망한다며 SSM의 출점을 제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따라 사업조정제도나 등록제를 강화하고,전통상업 보존지역을 별도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규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규제 방안들은 우리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약속하거나,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약속한 양허 내용에 위배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은 UR 협상 당시 유통분야의 개방을 약속하고 1993년부터 매장 규모와 관련된 제한 등을 철폐해 왔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이마트 같은 토종기업들이 급성장하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지금 중소유통업자들이 요구하는 사업조정제도의 강화 등은 모두 일정 규모 이상 점포의 출점을 결과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와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위배된다. 취급 품목을 제한하는 것도 이미 체결한 FTA상의 양허에 배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편익도 고려해 영업시간 규제 방안도 재고돼야 한다. 한국은 유통업의 자유화를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보호무역조치의 도입을 자제하자는 원칙을 주창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를 우리 스스로가 도입하려는 것은 자기모순으로 국제적 신뢰도를 훼손시키게 된다.

혹자는 중소 유통업자가 망해가고 있는데 이상한 타령이나 한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이 다자간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입장에서 WTO 규범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국제 규범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대형 할인점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이에 대응해 상점가 진흥조합을 설립하고 좋은 품질과 싼값으로 성공한 재래시장으로 거듭난 서울 중랑구의 우림시장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되어 SSM을 비롯한 대형점과 중소유통점들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 진정한 상생 협력의 결실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김준동 < 대외경제정책硏 무역투자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