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으로 성공한 사업가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식당 이름이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로 전환해 기업형으로 사업을 키우거나 직영점 체제를 고수해 다점포 전략으로 나서는 경우다.

전자의 대표 주자가 김순진 놀부 회장이고,박명서 미가할매 사장(55·사진)은 후자의 선두 주자다. 두 사람은 서울 신림동에서 30여년 전 나란히 보쌈집을 열어 사이좋게 경쟁을 한 인연을 갖고 있다.

신림동에서 전통 한식당 '미가할매' 등을 운영 중인 박 사장은 자영업 외식업계에서 '최고수(最高手)'로 인정받고 있다. 박 사장은 26년째 신림동을 떠나지 않고 직영점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한정식 '바달비'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의 100대 음식점에 이름을 올렸다. 바달비,미가할매와 함께 아리차이(중국요리),할매보쌈 등 4개 점포 모두 신림동에 있다. 종업원은 120명이 넘는다.

박사장은 주변의 숱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 음식점은 '손맛'을 지켜야 한다는 '음식 철학' 때문이다.

직영점을 해야 창업자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직영점만으로 돈을 벌어 신림역 인근에 2개의 대형 빌딩과 땅을 갖고 있다.

매장은 독특하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7번 출구를 나와 200m가량 직진하면 7층짜리 '미가할매' 빌딩이 나온다. 전통 한식을 제공하는 미가할매는 300석 규모로 건물 전체가 식당이다. 1층에서 6층까지는 고객 숫자와 취향을 고려해 입식,온돌식,단체 회식룸 등으로 다양하게 꾸몄다. 고객들의 니즈를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박 사장의 서비스 정신이 느껴진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내 사업을 하고 싶어 자영업을 시작했습니다. " 박 사장은 1985년 테이블 4개를 둔 '할매보쌈' 가게로 장사를 시작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외식붐이 불자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맛 있는 먹을거리를 만들어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장사를 하다보니 나날이 고객들이 늘어나 큰 돈을 벌었다. 요즘도 박 사장은 새벽 4시만 되면 서울 노량진시장이나 가락동시장에 나가 당일 쓸 식재료를 구할 정도로 먹을거리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외식시장에서 직영점만으로 성공한 비결이 궁금했다. "첫째도 직원,둘째도 직원입니다. " 박 사장은 내부 고객인 직원을 만족시켜야 좋은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면 손님은 자연스럽게 늘게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직원 만족을 위해 요리사 등 직원들의 급여를 대형 레스토랑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장기 근속 사원들에게 외부 교육 등 다양한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서 가맹점을 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앞으로도 직영점 체제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 박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장사를 시작해 중견 기업으로 키운 놀부 등을 보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은 유혹도 받지만 '고객 만족'이란 측면에서 자영업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신 한식 세계화에 발맞춰 한정식과 숯불고기를 매뉴얼화한 새로운 모델의 점포를 개발해 직영점을 더 늘리고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