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탈과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부담, 'G2'(미국·중국)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을 직접적인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코스피지수가 1550선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어적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0.00포인트(2.44%) 내린 1602.43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2일 기록한 1591.63 이후 최저치다.
이날 지수는 미국 증시가 부진한 경제지표로 하락했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21.43포인트(1.30%) 내린 1621.00으로 출발했다.
이후 외국인이 매도 강도를 높이면서 지수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장 막판 인도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기존 5%에서 0.75%포인트 인상했다는 소식으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확대되면서 1595.39까지 밀렸지만 마감 동시호가에서 간신히 1600선 위로 올라섰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533억원, 20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78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체적으로 36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기계, 전기전자, 유통, 증권, 제조 업종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집중된 대형 IT주들이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2.97% 내린 78만4000원에 장을 마치며 80만대가 붕괴됐고, 하이닉스도 3.60% 내린 2만2750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5.96%)와 삼성SDI(-3.89%)도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약세를 면치못했다.
포스코가 4%대 하락했고 한국전력과 KB금융, 신한지주, SK텔리콤도 1-3%대 내림세를 보였다.
상한가 7개 종목을 포함해 14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4개 종목을 포함해 700개 종목이 내렸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 온 외국인이 이탈하면서 지수가 맥없이 무너졌다"면서 "수급의 주체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또한 오바마 미 대통령의 금융개혁 의지도 외국인, 특히 투기적인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의 투심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코스피지수 지지선으로 1550선을 제시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날 국정연설에서 금융개혁 의사를 확고히 했고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오바마 금융개혁에 대한 유럽의 지지 움직이 있어 이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라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인 1550선까지는 추가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융규제에 따른 헤지펀드의 증시 이탈과 중국 긴축 전환 우려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 두 가지 정책리스크가 증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만한 사항은 아니고 심리적 악재 정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심리적으로 무겁게 증시를 억눌렀던 먹구름이 제게되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코스피지수 1600선 초반이면 악재를 거의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조정이 추가로 있더라고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