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던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의 전셋값 오름세가 이번 주 들어 한풀 꺾였다. 일부 단지에서는 지난주에 비해 최대 5000만원 정도 떨어진 가격에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어 전셋값이 단기적으로 고점을 찍고 안정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29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서울의 전세가 변동률은 0.12%로 지난주(0.2%)보다 하락했다. 전세가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구)와 양천구 등 4개구의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지난주 0.66%까지 치솟았던 4개구의 평균 전세가 상승률은 이번 주 0.07%로 주저앉았다.

지난주 각각 1.07%,0.83%를 기록했던 송파구와 서초구의 전세가 상승률은 0%로 변화가 없었다. 강남구도 지난주 0.38%를 보였던 전세가 상승률이 0.29%로 떨어졌다. 2주 연속 0.38% 올랐던 양천구는 이번 주에는 0%를 기록하는 등 전셋값 오름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과 인근 중개업자들은 시세 상승의 요인이던 학군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지금 전세 계약을 하더라도 2월 말에나 집을 옮길 수 있다보니 신학기 전에 이사하려는 학군수요가 사실상 끝물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전세 시세가 꺾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동의 이용호 한국공인 대표(한경베스트공인)는 "6억2000만~6억3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삼성아파트 125㎡가 5억8000만원 대에 전세 매물이 나왔다"며 "이번 주 들어 매물이 꾸준히 나오는데 전세 수요는 크게 줄어들면서 시세가 전세가 급등 전인 지난해 12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의 김현승 VIP공인 대표(한경베스트공인)도 "4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왔던 목동7단지 115㎡가 지금은 3억7000만~3억8000만원에 거래된다"며 "학군 시즌이 끝나서 전세 문의도 적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남권에서도 신규 아파트 단지는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수요가 계속 이어지며 전세가가 오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이승섭 대영공인 대표는 "매물이 전혀 없다가 하나씩 나오다보니 시세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전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정강호 한강공인 대표도 "잠실엘스와 리센츠 단지에는 찾는 수요자는 많지만 매물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지난주와 비교해도 1000만~2000만원 오른 가격에 이번 주 전세 계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부터 전세가 상승폭은 주춤하겠지만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 팀장은 "학군 수요가 끝나고 설날이 있는 2월 중순까지는 잠잠했다가 이후부터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