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표들은 혼란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지표마다 방향이 다르고 이에 대한 해석도 일치하지 않는다.

아직도 경제에 남아있는 불안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 지표들 `아리송'
31일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경기 진단의 대표적 가늠자인 경제성장률과 산업활동 동향은 보는 이마다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였다.

플러스 성장률을 이어갔다는 측면에서 보면 밝지만, 한은의 예상치(0.3%)보다 낮고, 3분기 성장률(3.2%)에 크게 못 미친다는 측면에서는 어둡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산업활동 지표 역시 양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9% 늘어나 10년5개월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현재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1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미래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상승폭이 둔화했다.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각종 지수도 발표 기관에 따라 제각각이다.

한은이 2천3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93을 기록했다.

아직 기준치 100에는 못 미쳐 체감경기가 나쁘다고 응답한 업체가 더 많았지만 절대적인 수준만 놓고 보면 2002년 4분기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99.2로 12월보다 5.6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전경련의 조동욱 연구위원은 "여전히 낙관적이긴 하지만 경기 회복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글로벌 출구전략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다 세종시 등에 따른 정치적인 혼란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천415개 중소 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중소기업업황전망건강도지수 역시 1월 실적치가 83.9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곳곳에 도사린 불안요소들
경기 지표들이 갈팡질팡하는 까닭 중에는 대내외 불안요소들이 여전히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도 있다.

그동안 꼽히던 불안요소들은 일일이 열거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많다.

가장 직접적인 요소중 하나는 환율이다.

환율이 달러당 연중 1,100원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은은 환율이 10%만 하락해도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국제유가 역시 10% 오르면 성장률이 0.2% 하락한다거나, 올해 중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올라 경상수지에서 40억 달러를 손해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두 가지에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붙여 이들 `신 3고 현상'이 한국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기업과 가계의 부채, 고용 침체, 외국인 자금 유출입 등 경제적인 요인뿐 아니라 세종시 문제 해법 등을 둘러싼 정치ㆍ사회적 갈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마저 있다.

나라 밖에서는 중국 경제의 긴축기조 전환과 미국의 금융시장 규제 강화를 일컫는 `G2 리스크(위험)', 그리스 같은 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험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 진단도 엇갈려
경기예측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 투자, 고용 등의 회복이 미흡하지만, 실물 지표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경기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이상우 조사국장은 "올 초 폭설 같은 기상악화 외에는 애초 전망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경제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복세가 둔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고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며 "국내총생산이나 산업생산의 개선 추세를 고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성장 속도가 완만한 추세로 돌아섰다"며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심리적인 경제 지표들이 좋았던 것은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가 부양된 데서 온 영향이 적지 않다"며 "지표와 달리 체감 경기 회복은 뚜렷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