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관광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해다. 2012년까지 3년간의 '한국방문의 해' 사업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관광 흐름은 비교적 좋았다. 높은 환율이 도와줘 일본 쇼핑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환율 효과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일본도 방문의 해 사업을 펼치는 등 주변국과의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2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국가관광 경쟁력 20권 진입 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까. 지난 28일 오후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56)을 공사 16층 사장실에서 만나 그 가능성을 들어봤다. 인도국제영화제(IIFA) 서울 유치란 선물 보따리를 들고,나흘간의 인도 출장에서 막 돌아온 이참 사장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목표는 '미니멈(minimum)'이라고 잘라 말하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인도에 다녀오셨네요.

"뉴델리에 갔다 왔습니다. IIFA 행사를 한국에 유치하려고요. IIFA는 2000년 시작된 인도 영화계 최대 축제예요. 매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리죠.11회째인 올해 행사는 6월 서울에서 열기로 했어요. '볼리우드'는 인도에서 종교처럼 돼 있어요. 스타들이 어디를 가건 인도 전체가 주목하죠.개최도시 홍보 효과는 확실히 얻을 수 있어요. "

▼마이스(MICE) 유치를 위해 발로 뛰겠다고 했는데 결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사장 취임 후 지난 6개월간의 일은 어땠습니까.

"아직 만족할 때는 아닙니다. 욕심이 많아서요. 우리의 잠재 관광자원을 제대로 개발해 관광을 활성화하고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만은 확실히 얻었습니다. 국가적으로 관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

▼관광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니요.

"관광은 자동차나 정보기술(IT) 같은 중요 산업입니다. 일자리나 부가가치 창출,외화 획득 면에서 다른 산업보다 성장성이 높아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죠.우리 주변 시장은 아주 커요. 한국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경치도 좋지 않습니까. 아시아 부자들의 놀이터,휴양처,미팅 플레이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조건은 다 갖추고 있어요. 문화 잠재력은 어떻고요. 한국 문화의 뿌리에서 나오는 다양성과 퓨전의 잠재력 그리고 그 진한 감동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관광자원으로서 엄청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20년 전 IT산업이 있었나요. 지금은 세계 정상이잖아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장기적으로 관광인프라에 투자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거예요. 이렇게 주장하고 다니는데 조금씩 설득되더라고요. 약발이 먹히기 시작한 거죠."

▼공사로는 처음으로 드래프트제를 도입하는 등 인사 혁신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내부 태스크포스에서 어떻게 조직을 순발력 있고 창의적이며 날렵하고 공격적으로 만들지 연구했는데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했어요. 열심히 일하고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그만큼 보상받고,그렇지 않은 사람은 조직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 분야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부분도 있어요. "

▼집중할 핵심 분야가 뭔가요.

"국내 관광 활성화입니다. 어떤 나라든 외국인 중심의 관광인프라를 만드는 곳은 없습니다. 첫 번째 고객은 내국인이어야죠.우리나라 사람들이 관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

▼관광공사 직원들에게 2주짜리 휴가를 가라고 한 것도 그렇겠군요.

"우리는 휴가 문화가 없어요. 2주 휴가를 간다고 하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휴가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리 저축도 하고요. 준비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휴가 가서 재미와 보람이 있고 나중에 추억하고, 이 세 가지 기쁨을 누리게 되죠.그렇게 돼야 지방에도 인프라가 생깁니다. "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중요하지요. 올해 유치 목표는 좀 과한 것이 아닌가요.

"내부적으로 올해 830만명 유치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의지 목표는 850만명이고요. 과하게 설정한 건 절대 아니에요. 홍보 예산이 작기는 해요. 지난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은 93억달러입니다. 기업체는 매출의 5% 정도를 마케팅비로 씁니다. 그렇게 해야 매출도 나와요. 그런데 공사는 작년에 해외 마케팅비로 200억원을 썼어요. 올해는 300억원인데 사실 형편없는 수준이지요.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어려워요. 외국인들이 한국을 알아야 놀러 오죠."

▼환율이 내려가고 아웃바운드가 늘면 관광수지 적자가 우려됩니다.

"관광수지 갖고 왈가왈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해외 여행은 많이 나가야 합니다. 나가서 쓰면 쓸수록 한국 이미지가 올라갑니다. 관광수지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는 휴대폰이나 자동차 수출입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

▼해외 VIP를 직접 안내할 것이라며 스토리텔링을 강조하셨죠.

"유명한 사람을 안내할 기회는 아직 없었어요. 스토리텔링은 정말 중요합니다. 인도 타지마할에 대한 스토리는 세계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그것 때문에 가서 보려고 하고요. 우리는 얘기가 무궁무진한데 잘 포장을 못했어요. "

▼우리 얘기에 외국인이 감동할까요.

"중국인은 우리 궁궐에 관심없어요. 외형만 보니까요. 철학과 스토리를 들려주면 달라질 겁니다. 우리 궁궐은 중국과 차원이 달라요. 조선의 왕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철학으로 다스렸어요. 궁궐은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백성과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이상의 구현이지요.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의미를 들려줘야 합니다. 세종 때 노비를 위한 출산휴가제도를 만들었는데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되면 다시 보게 되는 거죠."

▼한국 관광의 매력을 더 짚어주시지요.

"한국의 매력은 에너지죠.관광공사의 영상 광고도 기(氣) 흥(興) 정(情) 편을 만들었어요. 기는 서구,흥은 중국과 동남아,정은 일본을 타깃으로 해 제작했습니다. 한국은 영감의 시작이다,뭐 그런 뜻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가 솟아나도록 기를 받아가라는 얘깁니다. 사실 서울만큼 풍수적으로 좋은 도시도 없잖아요. 그걸 알려야죠.있는 가치를 컨셉트화해서 한국은 특별한 나라이니 가서 경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우리 음식의 세계화는 가능할까요.

"우리 음식의 세계화는 100% 잘 될 겁니다. 단 우리 자신이 나서면 안 됩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하도록 해야지요. 이탈리아 피자는 미국 체인이 상품화했어요. 우리는 우리 음식의 원리와 철학,기본 컨셉트만 던져주고 이를 응용해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하는 건 외국 사람에게 맡겨야 해요. 해외에서 비빔밥 만들기 대회도 열 겁니다. 현지 주방장과 요리사를 모아놓고 우주에너지를 흡수하는 음식으로서 한식의 철학과 원리를 설명해주고 각자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도록 하는 거죠.홍보는 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겁니다. "

▼2012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미니멈입니다. 한국에 때가 왔습니다. 지난해 환율 덕을 봤는데 오던 사람은 환율이 떨어져도 옵니다. 홍보만 조금 하면 됩니다. 올해부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F1코리안그랑프리,유엔 세계관광기구(WTO) 총회,여수엑스포 등 대형 이벤트가 줄을 잇습니다. 세계 언론에 주목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죠.스토리만 제대로 나온다면 세계적 영화도 한 편쯤 나오게 돼 있어요. 이를 잘 활용하면 관광 발전의 커다란 모멘텀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

글=김재일/사진=정동헌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