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프랑스어의 텃밭에서 ‘볼테르의 언어(불어)’가 ‘셰익스피어의 말(영어)’가 밀려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주요 국제기관에서는 물론,브뤼셀 시내 일상생활 공간에서 조차 불어가 급속도로 영어에 밀려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식적인 공용어가 없는 브뤼셀에서 사람들이 인근지역 토박이말인 플래밍어와 오랜 정부 언어였던 불어중 어떤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하지 않기 위해 영어를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벨기에 중북부에 있는 브뤼셀은 주변지역이 플래밍어를 쓰고 있지만 오랫동안 벨기에의 정치·경제의 중심지였던 만큼 불어가 90% 이상 사용되면서 사실상 공용어로 쓰여왔다.벨기에서 북부는 플레밍어,남부는 불어 사용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르몽드는 특히 브뤼셀에서 불어의 영향력은 유럽연합(EU)의 행정중심지로서 유럽 전역에서 관료와 기업인,언론인들이 몰리면서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영국과 독일 및 동유럽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영어는 할 줄 알지만 불어는 못하는 경우가 많고,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불어와 유사한 언어권에서 온 인사들도 실용적인 이유에서 영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브뤼셀 시내에 붙어있는 각종 정치 선전물의 구호까지 최근들어 영어로 적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브뤼셀에서 불어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기자인 니콜라 크루스는 “브뤼셀에서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특히 불어나 플래밍어냐를 고민할 필요없이 중립적 언어인 영어를 택하는 데 심적 부담을 적게가지면서 영어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