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은 크게 공기를 통해 고막을 진동하는 소리를 청신경을 통해 듣는 기도청력과 귀 뒤쪽의 뼈를 통해 울리는 소리를 감지하는 골도청력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부착할 경우 남의 눈에 띄는 골도보청기에 대한 선호도가 낮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도청력이 극히 저하됐거나 외이 중이가 망가진 경우 골도보청기로 더 맑은 소리를 듣는 노인이나 청각장애인이 많다. 호주계 골도보청기 및 인공와우 전문업체인 코클리어코리아가 유일하게 'BAHA 시스템' 골도보청기를 시중에 공급 중이다.

이 제품은 귀 뒤쪽의 살을 째고 두개골에 작은 티타늄 임플란트를 넣은 후 치아 임플란트처럼 주위의 뼈와 융합시킨다. 그 위 피부에 귀고리 모양의 음향처리기를 부착하면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 진동이 음향처리기와 티타늄 임플란트를 거쳐 직접 두개골에 도달하고 내이의 청각감지기관인 달팽이관(와우관)이 이를 청음(聽音)으로 인식하게 된다. 음질이 맑을 뿐만 아니라 음향처리기가 불필요한 잡음과 급작스러운 소음을 자동 감지해 걸러내므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BAHA 시스템은 500만~700만원에 이른다. 재래식 보청기를 사용할 수 없는 불가피한 환자에게 주로 권장한다. 즉 외이도나 중이,유양동(외이 후반부의 공간으로 중이와 인접)이 만성 염증 또는 감염증에 노출됐거나,양쪽 귀가 외이 · 고막 · 중이 등 소리를 전달해주는 기관의 장애로 인해 음파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전음성 난청일 경우,선천적으로 한 쪽 귀가 안들리는 경우,태어나자마자 귓구멍이 막혔거나 귀가 작은 소이증의 경우에 이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잘 듣지 못하면 전반적인 언어 · 정서 발달이 지체되므로 가급적 어린 나이에 이 시술을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BAHA 시스템은 1977년 유럽에서 처음 도입했고,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한 쪽 귀만 달팽이관의 소리를 감지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소리에 의한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 또는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잘 안 들리는 단측성 ·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이식하는 용도로 승인받았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4만5000명 이상이 시술받았다.

코클리어는 미국의 클라리온,오스트리아의 메델과 함께 세계 3대 인공와우 생산업체로 꼽힌다. 선천성 난청,사고로 달팽이관이 손상된 난청에 인공와우가 필요하다. 외부의 소리를 전기적인 디지털 코드로 바꾸는 음향처리기(외부장치)가 인공와우(내부장치)에 정보를 전달하면 인공와우가 청신경을 자극해 뇌가 이를 소리로 해석해 인식하게 만든다. 크기가 작아야 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걸러낼 수 있으며 내장 배터리가 오래 가고 전력이 효율적으로 공급돼야 좋은 제품이다. 코클리어의 인공와우는 100% 수작업으로 조립하는데 좌우 양측 귀에 이식하면 제품 값만 4000만원이고 양쪽 이식 후에도 상당한 재활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소리를 인식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15세 미만의 양쪽 귀가 중증 난청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건강보험급여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