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이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 가운데 전세자금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구입자금 대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작년 연말부터 본격화된 서울 · 수도권 지역 전세난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3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간 국민주택기금 대출액 중 전세자금은 3450억원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이 1700억원,저소득 전세자금이 165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 대출(작년 1월 1860억원)은 약간 줄었지만 저소득 전세자금 대출(작년 1월 1099억원)은 50.1%나 늘어났다.

저소득 전세자금 대출은 연간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두 배 이하인 영세민 가운데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세입자가 연 2%의 싼 이자로 빌릴 수 있으며 15년간 분할상환하면 된다. 또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 대출은 연간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세대주가 전세보증금의 70% 이내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연 4.5%의 이자로 빌려 쓸 수 있다. 3자녀 이상일 경우에는 8000만원까지도 대출이 가능하다. 2년 이내 일시상환이지만 두 번 연장이 가능해 최장 6년간 빌려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이에 반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1월 한 달간 180억원이 대출되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650억원)에 비해 72.4%나 감소했다. 싼값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 당첨을 기다리거나 내집 마련을 포기한 채 전세로 사는 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국토해양부 측은 분석했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기존주택 · 신규분양 주택에 관계없이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3억원 이하 · 전용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1억원(3자녀 이상은 1억5000만원) 범위 안에서 연 5.2%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전체 근로자 · 서민주택자금 대출실적은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이 3조4780억원,저소득 전세자금이 1조2878억원이었으며 주택구입자금은 5400억원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더 많은 무주택서민들이 국민주택기금의 주택자금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통합해 총 5조6977억원을 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전셋값 상승 등으로 대출 수요가 초과될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주택자금 대출 규모를 최대 20%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