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몸이 차갑고 약간의 기온변화에도 민감 하다면…
피가 뜨거운 사람은 올 겨울처럼 날씨가 춥더라도 내복을 입지 않은 채 잘 지내며,잠을 잘 때도 이불을 차 던지기 일쑤다.

이에 비해 몸이 차가운 사람은 약간의 기온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감기에 쉽게 걸린다.

며칠 전 진료 받은 40대 남자는 차라리 몇 년 덜 살아도 좋으니 감기에 걸리지 않고 손발이 뜨끈뜨끈하고 성적으로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호소할 정도로 당사자의 고통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요즘 여성들의 상당수가 말라깽이 몸매로 44 사이즈 옷을 입기를 원하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손발이 얼음처럼 차갑고,아랫배가 싸늘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키 163㎝에 45㎏의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소음인이나 소양인 체질의 여성들에게서나 가능하지 태음인 여성에게는 이루기 어렵다.

대체로 30대를 넘기거나 출산하게 되면 정상 체중을 초과하게 된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해보지만 몸에 부담만 주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여름에는 손발이 따스하다 겨울에는 차가워지는 게 당연하다. 인체는 더우면 피부 쪽 혈관을 넓히고 혈류량을 증가시켜 체온을 발산한다. 이러다 보니 여름에는 위나 장 같은 몸속 장기들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지고 찬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배탈이 나고 복통 설사로 이어지게 된다. 이럴 때 옻닭,삼계탕,보신탕 등으로 양기를 보충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소화력도 개선된다.

반대로 추운 겨울에는 피부 쪽 혈관을 좁히고 혈류량을 감소시키므로 손발이 차가워지게 된다. 겨울에 많은 이들과 악수하다 보면 유난히 손이 차가운 사람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악수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손발이 찬 사람은 마음이 냉정하고 몸이 허약하다. 커다란 병은 아니지만 몸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기의 체질과 병증에 맞게 미리 치료하면 다른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손발바닥과 심장 주위에 땀이 많이 나면서 손발이 차가운 것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다. 예부터 긴장된 상황을 '손에 땀을 쥐는 경우'라고 표현했듯이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하고 말초 부위의 혈류량을 늘리는 약물치료를 하는 게 필요하다. 계수나무 가지는 말초혈관의 순환을 개선하는 한편 양기의 소통을 도와준다. 따라서 국소적 발한이나 손발바닥 다한증 환자에게 투여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아랫배가 차갑고 맥주처럼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길 꺼리는 사람은 소음 · 소양 체질이 많은데 옻나무를 달여 먹으면 좋다. 옻나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혈액순환과 기의 소통을 촉진하며 뭉친 피(어혈)를 풀어주고 살균작용도 한다. 정력감퇴,소화장애(체증),아랫배 냉증,생리통이나 생리불순(월경중단) 등 부인병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강원도 원주와 충청도 옥천에서는 몸이 차고 아랫배가 냉하거나,양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닭에다 옻나무를 넣고 끓인 죽을 먹였다. 비아그라 등을 복용해도 약 20%의 발기부전 환자들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데 이들은 심한 양기 부족에 해당한다. 따라서 양기가 부족해 몸이 차고 맥이 느리거나 약한 소음인과 태음인에게도 옻이 추천된다.

그러나 옻은 알레르기 유발작용이 강력해 많은 이가 기피하는 약재다. 옻나무의 잎,껍질,줄기 속에는 우루시올(Urushiol) 성분이 들어 있다. 우루시올은 페놀성 물질로 피부에 닿으면 옻이 올라 부어오르고 가려운 증상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목이 붓고 호흡곤란 현상도 나타난다. 따라서 몸이 찬 사람은 한의사와 상의해 소량씩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몸에 좋다고 억지로 옻을 먹으면 역효과만 나기 십상이다. 간경화나 고열,피부자반,오한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더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밥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는 사람,옻 올랐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옻을 약재나 식용으로 쓸 때 8년생 이상의 나무 껍질과 줄기를 함께 잘라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6개월 이상 건조시킨 다음 잘게 부숴 달여서 사용한다. 1회 용량이 80g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족냉증을 해결한다고 부자 같은 독성을 가진 한약재를 자가 처방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에 앞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도록 한다.

김달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