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조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다단계 사기단의 핵심 간부가 1년3개월여간의 도피 생활 끝에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30일 강남구 도곡동 인근에서 다단계 업체 ㈜리브의 경영고문인 김모씨(43)를 붙잡아 사건을 맡은 충남 서산경찰서로 신병을 인계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리브 회장인 조희팔씨(52)와 함께 의료기구 임대업과 부동산사업 등을 벌이는 다단계 업체 10여곳을 운영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전국에서 투자자 4만~5만여명을 모집해 약 4조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제이유 사건' 피해액 2조1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챙겼고,지금까지 관련자 300여명이 경찰 수사를 받아 이 중 28명이 구속되는 등 국내에서 가장 큰 다단계 사기단으로 꼽힌다.

김씨는 또 주범인 조씨가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할 당시 당국의 수사 정보를 파악하고자 전문 브로커 2명에게 5억원을 맡겨 해경과 경찰 관계자에게 뇌물을 뿌리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충남 태안군 지역에서 미리 관련 첩보를 입수한 해경의 추적을 따돌리고 소형 보트로 서해 공해까지 나가 다른 배에 옮겨타는 수법으로 중국에 밀항해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조씨와 함께 중국으로 잠적하려고 보트를 타고 공해 진입을 시도했지만 높은 파도 탓에 실패한 뒤 국내에서 도피 생활을 해왔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조씨의 행방을 추궁하는 한편 조씨의 밀항 과정에서 해경과 경찰 관계자를 매수해 실제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