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가진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원칙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없다"고 해명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특히 북한이 최근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향해 포격을 가해온 시점의 남북정상회담 언급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 몇달 동안 끊이지 않았던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물밑 접촉설에 이어,이 대통령이 '연내'로 그 시기를 특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의 말 대로라면 이미 남북간에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상당히 깊은 단계까지 진전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이 긴장을 해소(解消)하고 북핵 해결을 토대로 경제협력과 지원 등 관계개선을 위해 정상끼리 만나 당면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은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핵문제를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해와 협력을 위한 열린 대화'를 강조한 것이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특정 의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전달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만남 자체가 목적일 수 없고,남북간 현안을 실질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정상들이 어디서 어떤 형식과 의제로 만나 무슨 구체적 성과를 거둘 것인지,무엇보다 북핵 해결을 위한 발전적 논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회담장소 문제도 그렇다. 장소가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통한 회담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최근의 NLL주변해역에 대한 포사격 등 무모한 도발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확고한 재발방지 장치가 담보되어야 한다. 이들 전제조건들이 충족된 가운데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