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9일 출근길. 직장인 김철수(가명)씨는 경기도 과천시 선바위역에서 441번 만원버스에 탑승했다. 김씨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무게중심을 잡았다. 혹여나 오해를 받을까 봐서다. 기우는 맞아떨어졌다. 뒤에 있던 여성과 엉덩이가 밀착되는 불가항력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이 여성의 노여운 눈초리를 받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9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김씨(ID:온달장군)의 이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이 이야기는 아고라에 게재된 지 이틀 만인 31일 8만1105건의 조회 수와 233건의 댓글을 기록할 정도로 누리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출퇴근 시각 가장 붐비는 지하철 2호선 이용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실제 서울지방청 지하철경찰대가 지난해 상반기(1~7월) 검거한 성추행 사범은 3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3명)보다 26.4% 증가했다. 이 가운데 89.3%가 모두 출퇴근 시간대에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의도하지 않게 '성추행범'으로 상대방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특히 김씨와 같은 남성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법한 이야기다. 온몸이 밀리고, 끼는 상황에서 상대방과 어쩔 수 없이 접촉하게 되는 상황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김씨의 경우가 그렇다. 김씨는 아고라에 라며 "분하고 억울해서 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더 우스운 것 같았다"며 "좀 비켜보려 했지만 공간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김씨의 호소에 수많은 남성 누리꾼들이 동조하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오해로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데 대한 같은 남성으로서의 억울함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남성 누리꾼은 "저 역시 변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배나무 밑에선 갓끈도 고쳐매지 않는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여성 누리꾼은 김씨의 입장을 겪어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여성은 "지하철에서 쇼핑백이 무거워서 밑으로 들고 있는데 너무 붐벼서 (내 손이) 앞에 남자분 엉덩이에 자꾸 닿았다"며 "그분도 느끼시는지 불편한 기색이고 그렇다고 손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남성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가방을 엉덩이 쪽으로 돌려서 여성 승객과의 신체접촉을 막아 오해를 미리 차단하자는 것이다.

김씨는 글 마지막에 "변태로 오해받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아주 찜찜했다. 오늘 아침 441번 주황색 코트 입으신 아가씨, 저 억울합니다. 오해 푸세요"라며 결백을 거듭 밝혔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