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바일 칩세트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퀄컴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국내 통신회사,대학 등과 연계한 이동통신 기술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R&D센터는 스마트폰용 칩세트와 소프트웨어,디스플레이 등과 관련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며 급격히 커지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서 한국-퀄컴 간 동맹을 강화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퀄컴의 R&D 최적지'

퀄컴이 한국에 R&D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1990년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세계 최초로 CDMA(부호분할 다중접속) 기술을 상용화, 이를 토대로 성장을 일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CDMA 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퀄컴의 세계적 위상을 높여준 한국에 R&D센터를 직접 설립해 사업영역 확장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1일 ETRI에 감사패를 수여하면서 추가적인 공동 기술개발 과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퀄컴은 현재 중국 1곳에서만 해외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퀄컴이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로부터 내고 있는 것도 R&D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해 준다. 한국 기업들과 개발 단계부터 유기적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의 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라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통신 테스트 베드(시험대)로도 가장 적합한 국가"라고 말했다.

퀄컴은 국내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400만~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펄서스테크놀러지는 오디오 반도체 전문회사로,최근 휴대폰의 음향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 결정이다. 앞서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은 "기술력 있는 한국 벤처기업을 계속 발굴할 것"이라며 "한 업체당 최대 1000만달러까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기폭제 될까

삼성전자,LG전자,KT,SK텔레콤 등 국내 통신 관련기업은 퀄컴의 R&D센터 설립에 따라 모바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데 글로벌 지원군을 얻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32%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휴대폰의 핵심 기술인 칩세트와 운영체제(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퀄컴은 최근 주 사업인 칩세트를 비롯 모바일 소프트웨어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어 국내 기업과의 기술 교류가 기대되고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국내 업체들과 퀄컴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시장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퀄컴의 한국 R&D센터는 단순히 국내에서만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연구진,중국 R&D센터 등과 유기적으로 협조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 등 관련 대학,정부기관 등과도 R&D 프로젝트 선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프로젝트에 따라 대규모 투자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