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기술력, 日 덴소 90%까지 따라붙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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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용인연구소 친환경 개발실 가보니…
#사례1.2008년 여름,현대모비스 용인연구소에 중요한 임무가 떨어졌다. 현대자동차가 이듬해 출시할 첫 하이브리드카(아반떼 하이브리드 LPi)에 들어갈 핵심 부품을 대량 생산용으로 개발하라는 임무였다. 11월에 '친환경개발실'이란 조직이 신설되고,연구원 3명이 배정됐다. 엔진 기름때에만 익숙했던 그들은 난생 처음 전기모터,인버터,컨버터,배터리팩 등을 만들어 내야 했다.
#사례2.해외로 수출하는 현대자동차의 첫 '그린카'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북미 출시를 9개월 여 앞둔 지난 25일,친환경개발실은 막바지 테스트로 분주했다. 맨땅에서 시작해 채 2년도 안 돼 글로벌 수준의 하이브리드카 부품을 만들어낸 것.연구원도 60명으로 불어 일부는 2012년 선보일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개발하는데 매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도요타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덴소의 90% 수준까지 따라붙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엔 덴소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게 현대모비스의 목표다.
◆전자업체와의 스카우트 전쟁
2008년 11월만 해도 도전 자체가 힘들어 보였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기존의 연구원들은 대용량의 전기를 다뤄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기계통(通)만 있었지,전기 전문가들은 드물었다.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에서 연구 인력을 구해야 했다.
이현동 친환경개발실 부장은 "이때부터 자동차와 가전업체간 스카우트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빼온 인력은 상대편 회사에서도 핵심 브레인이었다. 그럭저럭 사람은 모았지만 TV 만들던 연구원들이 몇 배나 덩치가 큰 자동차에 익숙할 리가 없었다. 이들은 며칠씩 합숙 교육도 받고,주말과 공휴일은 당연한 듯 반납하면서 자동차를 공부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매순간이 처음 겪는 일이었다. 현대모비스는 모방과 창조를 반복하며 독자 기술을 쌓았다. 도요타 '프리우스',혼다 '인사이트' 등 경쟁 차량을 티끌만한 부품까지 뜯어내 살펴봤고,관련 교재들을 모조리 수집해 샅샅이 훑어 읽었다.
이현동 부장은 "괜찮겠다 싶은 방법은 일본 업체들이 대부분 특허를 걸어 놨다"며 "특허를 피해 우리만의 독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셈"이라며 "경쟁사들이 아무리 뒤져봐도 우리가 개발해낸 기술이 특허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터의 출력을 얼마로 할지,배터리는 어디에 장착할지 등 기본적인 차량 설계는 현대자동차가 주도했지만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가 요구한 '스펙'(30㎾급 전기모터,연비 ℓ당 20㎞ 이상)을 맞추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전기모터는 60회가량 재설계를 반복했다.
◆자체 개발 비율을 높여라
하이브리드카의 기술력은 연비로 결정된다. ℓ당 29㎞에 달하는 도요타 3세대 프리우스와 비교해 현대모비스는 스스로를 9부 능선까지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12년에 나올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은 현재 3세대 프리우스를 능가할 것"이라며 "2015년엔 도요타가 내놓는 어떤 하이브리드카보다 뛰어난 모델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모터,인버터,컨버터,배터리 등 4대 핵심 부품 외 다른 부품의 자체 개발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중이다. 예컨대 인버터에 들어가는 전류 센서를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의 경우 일본 · 스위스 업체에서 사와야 했지만 최근 국내 부품업체를 육성,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엔 100%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 들어가게 된다.
용인=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