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어 관심이다.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들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와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어서 해당 기업들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LG생활건강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CEO의 주식 매입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는 'CEO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상철 LG텔레콤 대표이사 겸 부회장은 지난 1월27일 8800만여원을 들여 자사주 1만주를 신규 매수했다. 통합법인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주들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만원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도 자사주 3900주를 매입해 보유 물량을 4000주로 늘렸다. 코스닥 법인 CJ인터넷의 남궁훈 신임 대표이사는 주당 평균 1만4277원에 약 7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재를 들여 자사주를 사는 CEO들은 강한 추진력으로 공격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CEO가 자사주를 매입했던 기업들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대표가 사령탑에 오른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에만 50% 넘게 급등하는 등 최근 5년간 9배 넘게 상승했다. 취임 이후 3년 동안 자사주 6만8000주를 분할 매수한 차 대표는 이 중 3만5000주를 2008년과 지난해 말 평균 매입가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처분해 61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2006년 취임 이후 2년에 걸쳐 1만1843주의 자사주를 매입해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주가에 탄력을 더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가는 김 부회장이 주식을 매집할 당시보다 평균 4배 넘게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정연주 전 대표의 CEO효과가 두드러진 업체다. 정 전 대표는 재직 기간 중인 2005년 7월부터 작년 4월까지 15차례에 걸쳐 모두 6만745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 기간 이 회사의 매출은 3배 이상 늘어 4조원이 넘어섰고,1만원 전후였던 주가는 10배 이상 치솟았다.

이 같은 'CEO 효과'는 삼성물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작년 말 정 대표 취임 발표 후 한 달 반 만에 주가가 16.3%나 뜀박질했다. 'CEO 주가'가 재연될 것이란 기대로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근 인력 구조조정과 원전 수혜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전력도 'CEO 주가' 덕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 대표시절 긴축경영을 통해 혁신을 일궈낸 김쌍수 사장이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서면서 공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실제 이 회사 주가는 김 사장 취임 이후 1년 동안 30% 가까이 상승했다. 김 사장도 LG전자 부회장 취임 초기 400주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한 경험이 있어 주가 부양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매달 꾸준하게 자사주를 매입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CEO들도 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3년째 매달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최근 코스닥 업체인 능률교육의 사령탑을 맡은 김준희 대표의 경우 웅진씽크빅 대표시절 매월 급여의 10%를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썼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