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기초체력)은 그대로인데 외생 변수에 의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 우리에겐 가장 좋은 투자적기입니다"

최근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국내 대표적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운용본부장이 건넨 말이다.

중국의 긴축 전환과 미국의 금융규제,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의 신용위험 확대가 주식시장을 강타하며 주가가 속락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은 변함이 없는 만큼 싸진 주식을 저가 매수할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다.

또다른 증시 전문가는 국내 증시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악재가 단기간에 제거될 가능성이 적어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외풍(外風)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매매전략을 짜야 하는 투자자들 심정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생 변수 충격이 과거 이슈와 달리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반등 시점까지 관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시각에서 핵심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에 나설 적기라는 주장도 비등하고 있다.

1일 오전 9시3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와 일부 대형주들의 실적부진 전망으로 1600선을 밑돌고 있다.

기댈 곳 없는 현재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 "루비콘 강 건넜다…주식비중 축소해야"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기술적 상승추세의 근가인 가격수준을 이탈했고, 중국 긴축과 미국 금융규제는 핵심적인 이슈가 되는 동시에 유동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양호한 이익수준과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하락속도를 제어할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상승추세를 담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3개월 코스피지수는 1450~17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락 장세와 변동성 장세에서 가격을 자신할 수 없다면 분할매도를 통해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험 축소 전략으로 지수하락기에 강세를 보인 업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유용한 투자지표로 볼 수 있는 PBR과 PER상 저평가된 업종과 변동성 확대기에 강세를 보인 업종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조 연구원은 "유틸리티 음식료 통신서비스업종은 비중 확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면서 "다만 소재와 산업재 에너지 업종의 비중은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업종은 대표기업으로서 지수하락기 및 변동성 장세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것으로 기대돼 비중확대를, 철강업종은 중국발 리스크를 감안해 소폭 축소를, 은행업종은 상대적 저평가와 지수하락기 강세를 보인 이유로 소폭의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시장 지지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변동성 확대는 이번주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심리적 불확실성이 여전해 위축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해 12월 경기동행지수가 회복세 속에서 잡음인지 아니면 경기정점에서 방향성의 전환인지 검증작업도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6개월~9개월로 예상할 수 있는 경기하강기간을 고려하면 벌써부터 주가 저점을 얘기하기가 성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투자심리가 취약해지고 시장에너지가 약화된 상황이이서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불안할때는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 "저점 확인 눈앞…저가 매수 기회"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가 변동성을 축소하며 저점을 확인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종별 유불리를 따져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80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과거 주가는 긴축 이전에 조정을 받고 긴축이 시작되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축소되는 가운데 저점을 확인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환류할 때 국내 시장부터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국내 기관의 매수 여력을 확충해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중국의 긴축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작지 않았기 때문에 PMI가 예상에 부합하거나 소폭 밑도는 수준으로 발표되더라도 시장은 안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긴축 우려로 하락 폭이 컸던 철강과 운송 등 전통적인 중국 관련주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허약한 체력때문에 중국 긴축과 미국 은행규제, 그리스의 신용위험이라는 외풍을 이겨내지 못했다"면서 "이들 이슈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올들어 처음 가시화되는 출구전략의 시험대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그렇다면 주식시장이 어느 선에서 지지선을 확보할 것인가가 우선 과제"라며 "코스피 1600선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9.6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1차 방어를 예상해 볼 수 있고, 2차적으로는 주가순자비율(PBR) 1.2배인 1550선 지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은 뒤틀린 수급에 가려진 펀더멘털(기초체력) 상의 버팀목"이라며 "우량주의 경우 매도보다 보유하는 편이 유리하고 나아가서는 관망 후 매수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중현 연구원은 "단기급락 후 지지선 형성을 위한 변동성 국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본격적인 반등보다는 당면한 변동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핵심 대형주로 관심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고 정보기술(IT) 등 주요 수출주에 대해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