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대변한다. 전쟁통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1950년대는 설탕,밀가루,쌀,계란 등 생필품이 가장 인기 있는 선물 아이템이었다. 1960년대엔 내의와 아동복 등 의류,1970년대에 커피와 종합과자세트,1980년에 통조림 등으로 인기 선물이 변모해 왔다. 최근엔 와인,사케,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1950~1960년대,'허기를 채우자'

한국전쟁 이후 사회복구에 역량이 집중됐던 1950~1960년대에는 먹을거리 생필품이 대부분이었다. 밀가루과 쌀，계란，찹쌀，돼지고기，참기름 등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농수산물을 직접 주고 받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들 중 설탕은 물자가 부족했던 이시대 최고의 선물이었다.

신세계 상업사 박물관의 배봉균 과장은 "기본적인 식생활 문제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물론 규격화되고 편리한 공업제품들이 희귀했던 시대였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본적인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품목들 위주로 선물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1960년대에는 아동복，내의 등 의류가 인기 선물에 들었으며,가격대는 2000~3000원대였다.

◆1970년대,커피와 종합선물세트/1980년대엔 잡화,통조림 전성시대

1970년대 들어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명절 선물의 가격대가 높아지고,종류도 1000여종으로 늘어났다. 식용유，럭키치약,와이셔츠，피혁제품，주류 등 생필품과 더불어 기호품이 인기 선물 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대는 3000~5000원으로 높아졌다. 특히 커피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의 경우 백화점 선물 매출 기준으로 설탕과 조미료세트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모든 과자류가 조금씩 들어있는 과자 종합선물세트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최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화장품과 여성용속옷，스타킹 등도 고급 선물세트축에 끼었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선 이들 제품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선물세트로서의 명성을 잃게 된다. 대신 넥타이,스카프,지갑,벨트,양말세트 등 잡화와 함께 정육세트와 고급과일，참치，통조림 등이 부상했다.

◆1990년대,선물세트도 양극화

1990년대 들어서는 고가제품과 실용적인 중저가 선물세트 등으로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삼，꿀，영지 등 건강식품도 강세를 보였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상품권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할인점의 급성장으로 참치 등 저가형 규격식품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00년대,웰빙식품부터 와인,닌텐도까지…

롯데백화점 매출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대 인기 선물을 시기별로 보면 2000~2003년까지는 갈비세트 매출이 가장 높았다. 기업체들이 선물용으로 선호한 덕이다. 갈비세트는 2004년에 굴비세트에 수장 자리를 내준다. 당시 광우병 파동으로 갈비，정육 매출이 급감하면서 굴비선물세트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2005년에는 홍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 엑기스 제품 등 홍삼류가 1위를 차지했다. 홍삼은 이 뒤부터 지금까지 명절 선물의 단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면역력 증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지난해 추석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와인 열풍으로 와인 세트는 2006년 설 때 2위까지 치고 올라왔으나 현재는 인기가 수그러든 상태다.

또한 전자완구류，입체서적，퍼즐，PMP,닌텐도 등과 함께 재테크를 위해 금융상품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막걸리 열풍에 막걸리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밸런타인데이와 설 연휴 날짜가 겹치면서 2만~10만원대 초콜릿도 설날 선물로 나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