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심사 강화…"불량채무자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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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다른 명의로 빼돌리고, 빚 탕감받는 사례 없애겠다
파산 관재인 22명→30명 늘려, 업무 건수도 조절…효율성 높여
파산 관재인 22명→30명 늘려, 업무 건수도 조절…효율성 높여
건설회사 대표 A씨는 지난해 300억원을 빚지고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A씨는 그런 뒤에도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이면 골프를 치러 다녔다. 회사 경영에도 계속 관여했다. 개인파산 신청 직전에 회사의 대표직과 자산을 아내 명의로 돌려놓은 덕분이었다. 결국 A씨의 행각은 채권자들에게 들통이 났고,법원은 A씨의 빚 탕감을 허락하지 않았다.
개인파산제도를 악용하는 '불량' 채무자를 솎아내기 위해 법원이 나섰다. 지난달 '개인파산 관재인단'을 꾸리고,관재인의 수를 늘렸다. 관재인단은 재판부의 손과 발을 대신해 채무자의 자산과 소득을 낱낱이 검증,불량 채무자들이 빚 탕감을 받는 것을 저지하게 된다. 관재인으로 선발된 김준한 변호사는 "개인 면책을 받기가 까다로워지고,기준 미달인 신청사건이 불허되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산관재인 '감시' 강화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달 '개인파산 관재인단'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개인파산 관재인은 법원의 관리 아래 순번제로 돌아가며 사건을 맡게 됐다.
기존에는 재판부가 개별적으로 관재인을 선임했다. 재판부의 선호도 등에 따라 관재인 가운데는 1년에 적게는 1건,많게는 140건까지 처리하는 관재인이 생겨났다. 자연히 처리 건수가 적은 관재인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많은 건을 맡은 관재인은 업무량 증가로 조사를 대충하거나 업무 처리를 지연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정영식 판사는 "관재인단 제도는 관재인의 지위를 보장해줌으로써 파산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22명이던 관재인도 30명으로 늘렸다. 앞으로 예산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해 관재인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법원은 또 매년 관재인 가운데 10%를 탈락시켜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파산관재인 사건만을 전담하는 2개 재판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관재인에게 '심사'를 주문하는 건수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개인파산 관재인을 선임하는 사건은 2006년 33건,2007년 174건,2008년 223건,2009년 500여건(추정) 등으로 계속 증가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신청건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재인에 변호사 대거 몰려
올해 개인파산 관재인에 선출된 관재인은 모두 변호사다. 82명의 변호사 지원자 가운데 30명이 선발됐다. 함께 선출한 법인파산 관재인에도 36명을 뽑는 데 150명의 변호사가 지원서를 냈다. 법원이 관재인의 자격을 변호사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도산법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만큼 변호사 이외의 직역에서 담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재인의 인기가 높은 것은 도산법에 대한 지식과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으면 사건 수임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매년 일정 사건을 배당받아 안정적인 소득원이 될 수 있다. 현재 개인파산 관재인들은 채무자들이 낸 예납금 150만~300만원을 실비와 보수로 지급받고 있다. 공평한 사건 배당으로 1년에 20건가량을 맡는다고 할 때 변호사들은 3000만~6000만원 가운데 실비를 제외한 금액을 보수로 받을 수 있다.
관재인으로 선발된 한 변호사는 "일반 사건에 비해 보수가 큰 것은 아니지만 도산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고 개인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