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마치 파리 떨어지듯 추락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한 복판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금융사 구제작업을 진두 지휘했던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의 회고록 ‘벼랑 끝에서(On the Brink)’가 1일 출간됐다.여기서 그는 리먼브러더스 파산,AIG 구제금융 투입 내막과 월가 금융사 수장들의 겁에 질린 반응 등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폴슨 전 장관은 당초 리먼을 같은 해 3월 JP모건에게 인수된 베어스턴스처럼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에 매각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하지만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그는 “2008년 9월12일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이 전화를 걸어 바클레이즈의 인수 건에 대해 말할 때도 그것이 ‘분명한 경고’인지 깨닫지 못했다”며 “14일 영 금융감독청이 리먼 인수를 불허할 것임을 깨닫고 숨이 막힐 뻔 했다”고 회고했다.

리먼 파산이 결정되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금융사 경영진이 잇따라 폴슨 회장을 찾아왔다.특히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리먼 다음은 우리”라며 구제금융 투입을 간청했다.그는 “리먼에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면서 “AIG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으면 미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져 실업률이 25%에 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8월 미국의 우방인 그루지아와 전쟁을 벌였던 러시아의 음모도 소개됐다.그는 “러시아가 중국 고위층과 접촉해 중국이 보유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을 팔도록 부추겼다”고 언급했다.미국의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을 매각하면 대규모 경제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계산이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러시아 당국자들은 이같은 폴슨 전 장관의 폭로를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