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본격 손질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법 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청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국인투자기업에 적용되는 세제혜택을 국내기업에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檢討)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중장기 발전전략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자유없는 경제자유구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않았던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이번엔 제대로 된 개선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2003년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된 이후 인천, 부산 · 진해, 광양만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는 황해, 새만금 · 군산, 대구 · 경북 등 3곳이 추가로 지정됐지만 경제특구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용역 결과, 6년이 지난 인천, 부산 · 진해, 광양만 등 3곳에서 2008년 말 투자가 실현된 것은 당초 총사업비 대비 20%대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 인천에 편중된 것인데다 전체 투자유치실적 중 외국자본비율은 13.5%에 그쳤다는 것이고 보면 한마디로 경제자유구역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 경제자유구역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두바이 등 다른 나라 경제특구에 비해 혜택이 떨어진다. 또 경쟁국의 경제자유구역이 대부분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다른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말만 특구일 뿐 개별법들이 별도로 적용됨에 따라 인 · 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런 식이면 더 이상 경제특구라고 말할 수 없다. 규제를 보다 과감히 풀고 구역청의 독립성도 더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에만 적용되는 세제혜택을 국내기업에도 제공하면 다른 지역이 반발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못한다면 애초에 경제특구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권한 축소를 우려한다지만 그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중앙정부든, 광역지자체든 경제특구를 위해 무엇을 양보하고 내놔야 하는지를 각자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