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위기로 경마 경륜 등 사행(射倖)산업도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행산업이 흥행한다'는 말은 근거가 약한 속설이라는 지적이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복권위원회 등을 통해 카지노(내국인용)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5대 사행산업의 지난해 매출을 집계한 결과 13조4261억원으로 2008년의 13조6491억원에 비해 1.6% 감소했다. 5대 사행산업의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5대 사행산업 중 몇 명이 샀는지를 추산하기 어려운 복권을 제외한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의 지난해 이용객은 3612만5000명으로 2008년의 3642만9000명에 비해 0.8% 줄었다. 사행산업의 이용객이 줄어든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매출과 이용객이 가장 크게 감소한 사행산업은 경륜.경륜 매출은 2008년 2조524억원에서 지난해엔 1조7968억원으로 12.5% 줄었다. 이용객 역시 전년 883만8000명에서 790만5000명으로 10.7% 줄었다. 경마의 경우 이용객은 소폭 늘었으나 매출은 1.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원랜드 카지노,경정,로또를 포함한 복권 등은 매출이 조금씩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사행산업이 위축된 것은 무엇보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주머니가 얇아졌기 때문이다. 경마를 관장하는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경마 매출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며 "사행산업도 경기 한파의 여파를 비켜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마·경륜 등 사행산업도 경기불황 탄다"
지갑이 얇아지면서 1인당 베팅액도 줄었다. 경마의 1회차 최대 베팅액은 10만원인데 지난해 10만원 베팅의 비중은 4.1%로 전년 4.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반면 5000원 이하 베팅은 41.7%에서 42.4%로 높아졌다.

경기와 사행산업 간 상관관계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입장객 수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 지난해 입장객이 상반기 147만명,하반기 157만5000명으로 파악됐다. 하반기에 경제가 조금 풀리면서 입장객이 늘어났다.

사행산업 중 경륜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경제위기 영향 외에도 승부 조작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경륜이 승부 조작이 쉽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데다 2008년 7월 자신이 정한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면 경기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이 있었다는 보도 이후 이용객이 감소 추세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휴장한 데다 문화행사를 늘리는 쪽으로 운영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복권은 2004년 8월 장당 판매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3년엔 4조2000억원에 이르렀으나 2004년 3조원대,2005년 2조원대로 떨어졌으며 지난해엔 2조5000억원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륜 경마 등 이른바 제도권 사행산업이 위축된 것은 인터넷 도박 등 불법 사행산업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훈석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경찰이 단속한 인터넷 불법사이트 2만3222건 가운데 도박 사이트가 2만2695건으로 98%를 차지했다.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단속 건수를 보면 2005년에는 277건에 그쳤지만 2008년 6640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7월까지 2008년의 3배 이상 늘었다. 2005년 대비로는 82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고운/이태명/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