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32)는 요즘 퇴근 뒤가 더 바쁘다. 여행사 홈페이지를 뒤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어서다. 그는 설 연휴를 이용,친구 세 명과 떠날 3박4일 일정의 일본여행 상품을 찾고 있다. 그러나 12일부터 14일까지 출발하는 단기 일본여행 상품은 대부분 예약이 마감된 상태.일본뿐만 아니라 가격이 적당한 동남아 상품까지 동이났다. 그는 "해외여행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몰릴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전후로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이어졌던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탓에 크게 움츠러들었던 해외여행 수요가 연초부터 분출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08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삼성 · 현대차 · LG 등 대기업들이 연말연시에 수조원대의 성과급을 푼 데다 올해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여행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투어는 12~15일 설 연휴 나흘간 1만7500여 명의 예약 실적을 기록,연휴가 하루 길었던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는 11만9000여 명이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 전년대비 63.7%의 증가세를 보였다. 2월과 3월 출발상품 예약도 각각 97.6%,173.2%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 정기윤 팀장은 "1월에는 2008년 8월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별 여행자가 10만명 선을 넘어섰으며 2008년 2월 12만명 이후 2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11일부터 14일까지 설 연휴 출발 상품의 예약인원이 9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2월 중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이는 5만7000여 명으로 2008년 같은 기간의 6만1000명 선에 다가서고 있다.

골프여행 시장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벤트투어의 김홍무 대표는 "지난해에는 절망적이었는데 요즘은 예약 문의가 크게 늘어 2008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항공 좌석이 모자라 골프여행 경비도 예년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