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올 들어 채권형펀드에는 돈이 조금씩 들어오는 분위기다. 3일 펀드평가사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형펀드의 설정액(투자원금)은 작년 말보다 2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6조2907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펀드도 7117억원으로 100억원가량 많아졌다.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환매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채권형펀드에 돈이 일부 유입되고 있는 것은 최근 상업은행의 투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미국과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중국 등 G2 국가들의 정책으로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손실에서 회복된 해외펀드들의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주식형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이 일부 채권형펀드로 자금을 돌린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채권시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이에 대해서는 이미 채권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형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채권형펀드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여서 좋은 펀드를 고르기 보다는 목적별로 투자 유형을 달리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경우 하이일드채권이나 고수익고위험펀드 신흥시장 채권 등을 편입하는 펀드를 고르는 것은 난센스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산은삼바브라질펀드'는 최근 1년간 28%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이렇게 높은 수익률은 반대로 그만큼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행예금 이자에 약간의 초과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라면 국공채 편입 비중이 높은 일반 국내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는 게 효과적이며,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초과 수익을 내고 싶다면 인플레이션연계채권펀드가 적당하다는 식이다.

특히 안정성을 위주로 하는 채권형펀드도 올해는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 채권시장이 연내 WGBI(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면 채권 매수세가 늘어나 추가적인 채권값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형펀드의 지난 1년간 평균 수익률은 3.6% 안팎을 기록했다.

또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편입하는 회사채펀드는 국공채 비중이 높은 펀드보다 기대 수익률은 높지만,올해 경기회복 둔화세 등을 감안하면 투자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주식보다는 위험성이 낮지만 고수익을 내고 싶다면 투기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펀드나 해외하이일드펀드를 권한다. 현재 나와있는 하이일드펀드인 'AB글로벌고수익채권'은 미국의 투기등급 채권에 40%,러시아 채권에 10% 등을 투자하고 있는데,이들 국가의 경기가 회복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투기등급 채권을 편입하는 고수익고위험펀드는 동양투신운용에서 여러 종류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이상의 금융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분리과세 혜택은 작년 말 가입자들로 끝났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