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시장이 '동상이몽'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어김없이 돈이 들어오고 있는 반면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꾸준히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국내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틈타 자금을 넣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적립식펀드의 기본적인 원리를 활용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정부가 올해부터 손실 국면에서 벗어난 해외펀드에 대해 수익금의 15.4%에 해당하는 소득세(주민세 포함)를 매기기로 함에 따라 원금을 회복한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펀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펀드에 대해 다시 전략을 짜라고 주문하고 있다. 될성부른 펀드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 집중하되 단순히 해외펀드라고 해서 성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세금을 피해 무턱대고 환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충고다.

◆해외펀드에서 국내펀드로

국내 주식형펀드엔 주가가 떨어지면 돈이 들어오는 추세가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는 지수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웬만큼 나올 만한 환매물량은 이미 나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 34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지수는 약 60포인트 급락했다. 바로 앞서 국내 주식형펀드로 3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된 작년 11월 말엔 코스피지수대가 1600선 안팎이었고,작년 7월13~15일에는 1400선 안팎이었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갈수록 증시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이다. 지수가 1600선 초반까지 떨어진 1월29일에도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8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해외 주식형펀드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올 들어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7300억원가량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기관투자가가 한 해외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집어넣은 작년 11월24일을 제외하면 작년 9월10일부터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매일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다. 이 기간 환매 규모만 6조6000억원가량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해외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지속되면서 투자원금(설정액)이 2년 만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올해부터 원금이 회복된 해외펀드의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손실국면에서 벗어난 해외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현대증권에 따르면 대표적인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로 설정액 1조원이 넘는 '신한BNPP봉쥬르차이나' '슈로더브릭스' 등의 펀드에 가입해 매달 똑같은 돈을 납입했다면 1월 말 기준 누적으로 각각 2.6%,4.0%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들 펀드의 설정액은 작년 9월10일에 비해 3500억원,2600억원씩 줄었다. 글로벌 증시 고점에서 가입한 해외펀드가 많은 만큼 올해 내내 해외펀드 환매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 주식형과 고성장 해외펀드 관심

펀드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눈을 돌릴 것을 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승자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데다 한국전력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원자력발전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도 기대돼 수급 상황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대형 정통주식형펀드를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우량주 편입 비중이 높고 운용 규모가 커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다.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고 작년 코스피지수 상승률(49.5%)보다 높은 수익을 낸 펀드는 총 95개다.

이 가운데 'ING1억만들기1'이 70%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으며,'한국투자네비게이터1'도 68%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 '한국투자골드플랜연금1' '신한BNPP미래든적립식1'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 '삼성우량주장기' '하나UBS태극곤' 등이 60% 이상의 좋은 성과를 낸 대형 펀드로 꼽힌다.

이와 함께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브릭스(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 등 신흥국 증시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진단이다. 개별 펀드에서도 'JP모간러시아'가 1년간 140%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 등이 110% 이상의 고수익을 내며 세금 부담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