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울 때는 리스크 감수보다는 리스크 회피를 선호하는 경영자들이 훨씬 많다. 살얼음판을 걷는 어려운 환경 아래에서 자칫 만용을 부리다간 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가 좋아지는 기미가 보여도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웅크린 몸을 미처 펴기도 전에 다른 회사들이 달려나가는 것을 눈뜨고 지켜보는 낭패를 겪기도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위험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기를 쓰고 도전해도 잡을 수 없는 것이 비즈니스 기회다. 기회라는 것의 본질이 그렇다. 그리스 신화에서 카이로스(Kairos)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기회의 신이다. 카이로스는 앞머리가 길고 숱도 무성하지만,뒤통수엔 머리카락이 없다. 앞머리가 무성해 앞에서 잘 알아 볼 수 없고,그가 카이로스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10년 사이 혜성같이 나타나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우뚝 선 구글 알리바바닷컴 등 신생 기업들은 모두 인터넷과 글로벌이라는 카이로스를 앞에서 움켜잡았다.

물론 무작정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기회를 잡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예의 카이로스는 저울과 반달칼을 들고 있다. 기회를 잡으면 저울로 정확히 판단하고 칼같이 결단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평소에 이런 경영 연습은 해둬야 한다.

요즘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보면 가장 큰 고민이 '넥스트 아이템(next item)'이다. 이제까지 돈을 벌어온 제품이나 상품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다음에 판매할 미래 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뾰족한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면 위험 요인보다는 기회 요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칫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 요인을 너무 고려하다간 카이로스의 뒤통수만 만질 가능성이 높다. 눈을 크게 뜨고 호흡을 가다듬을 때다. 기회가 달려오고 있다고 믿으며.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