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독일 정부는 비도덕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탈세자 명단을 구매하는 쪽을 택했다.”(슈피겔)

독일 정부가 탈세 조사를 목적으로 스위스 은행에서 도난당한 비밀 고객정보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비치자 스위스 정부가 강력 경고하고 나서는 등 양국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과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은 1일 “독일 정부가 탈세를 위해 스위스 은행에 자금을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1500명의 독일인 명단이 든 디스크(CD)를 구입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 비밀정보기관이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에서 도난당한 은행 정보를 500만유로에 구입했던 지난 2008년의 전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혀 비밀고객 명단 CD를 매입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독일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스위스는 “스위스 은행에서 훔친 자료를 근거로 한 탈세 관련 조사에는 일절 행정적 협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한스 루돌프 메르츠 스위스 재무장관은 “범죄자와 거래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점이라는 것을 독일측에 전했다”며 비협조 의사를 분명히 했다.이와 관련,한델스블라트는 “스위스 전체가 분노로 들끓어오르고 있다”며 “은행 비밀주의를 둘러싸고 전세계로부터 고립된 스위스인들의 위기의식이 극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HSBC은행의 37세 컴퓨터 전문가인 헤르베 팔치아니가 독일 세무당국이 약 1억유로에 달하는 탈루세액을 회수할 수 있는 은행자료를 넘기는 대가로 250만유로를 요구하며 독일 당국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CD의 출처에 대해선 HSBC와 UBS,크레디트스위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