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대전제를 내놨다. 지난달 29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이후 여러 설들이 터져 나오자 교통정리에 나섰다. 정상회담 원칙과 의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 발언

이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대가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은 확고한 원칙 아래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칙은 바로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안건 처리를 마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향해 "정상회담에 관한 얘기들이 언론을 통해 나오는데 국무위원들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하자 "통일부 장관이 답할 정도로 진행된 것이 없다"며 이같이 정리했다.

지난해 10월 '임태희-김양건' 라인의 비밀접촉설이 불거졌던 터라 "이번에도 뭔가 은밀한 게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비선라인,뒷거래식의 방법을 쓰거나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에 대해 대가성을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원칙'을 강조한 것은 북핵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을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나라당 국제위원장인 홍정욱 의원은 "김 위원장이 북 · 미관계 개선을 전제로 남북 정상회담의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정원 · 베이징 라인 활용

이 대통령이'원칙'을 강조함에 따라 대북 라인도 비선보다는 공조직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정원을 공식 창구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주중 베이징 대사관이 통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간 비밀 접촉을 통해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졌고,2007년에는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사전 물밑협의 당사자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