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증권사인 중신증권 산하의 중신산업투자기금관리유한공사가 최근 90억위안(약 1조5300억원) 규모 위안화표시 사모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가 주목받는 것은 중국 내 최대 규모라는 점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이 펀드의 류러페이 회장이 류윈산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선전부장(장관)의 아들이라며 원자바오 총리의 아들과 리루이환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도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등 태자당(太子黨 · 공산당 원로 및 간부 자제) 출신이 사모펀드에서 성공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국가대표 만드는 태자당

원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은 2005년 뉴호라이즌캐피털이란 사모펀드를 공동 창업했다. 골드만삭스와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 레노버의 모회사인 롄샹 계열 사모펀드 호니캐피털이 투자했다. 2007년 5억달러를 모집한 그는 최근 10억달러 자금 모집에 나선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10억달러 규모는 아니지만 올 상반기 중 신규 사모펀드 결성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 테마섹 등이 투자하기로 하는 등 7억달러의 자금이 모집됐다고 전했다. 뉴호라이즌캐피털은 중국 최대 민영 조선업체인 장쑤룽성에 골드만삭스와 함께 투자하는 등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에 투자해왔다. 앞서 원윈쑹은 중국의 대형 은행과 증권사를 고객으로 한 통신장비 회사를 창업해 매각하기도 했다.

류러페이 회장은 중국 최대 생보사인 국영 중국인수의 최고투자담당임원(CIO)을 역임한 금융전문가로 인터넷 포털 시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설립 1년반밖에 안 된 중신산업투자기금을 미국의 KKR와 같은 세계 정상급 사모펀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최근 결성한 90억위안 규모의 사모펀드는 성장기와 성숙 단계에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그는 인프라펀드 부동산펀드 헤지펀드 등도 운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리 전 상무위원의 아들인 제프리 리(리전푸)는 지난달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중국 총재직을 사임하고 GL 차이나 오퍼튜니티펀드라는 사모펀드를 세웠다. 그는 노바티스 중국사업 매출을 5년 만에 3배 수준으로 키웠다. 지난해 노바티스는 중국에서 46억위안(약 78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역할 둘러싸고 논란

월지는 태자당의 금융업 진출은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의 진출을 돕는 형태로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사모펀드를 세워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자당의 사모펀드업 진출에 대해 정경유착을 통해 불공정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외자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뉴호라이즌캐피털이 최근 웹사이트를 폐쇄한 것도 이 같은 시각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원윈쑹처럼 대부분 해외에서 유학했거나 직장 경력을 가진 태자당 출신들이 사모펀드를 중국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시킴으로써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사모펀드를 산업 구조조정의 주요 수단으로 인정하고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실제로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인 레빈 주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아버지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국영기업들의 IPO에 영향을 미쳤다고 월지는 전했다. CICC는 중국 건설은행과 모건스탠리가 합작해 세운 중국 최대 투자은행이다. 중국 고위 외교관의 아들인 왕보밍이 컬럼비아대를 나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근무한 뒤 1990년대 초 상하이증권거래소 개설을 주도한 사례도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