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삼천리자전거,"올 4월 전기자전거 본격 양산"
삼천리자전거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다. 이 회사 자전거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일반 자전거 시장의 점유율이 50%를 웃돈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 둘 중 하나는 삼천리자전거인 셈이다.

온 국민이 다 아는 브랜드지만 이 회사가 실제 자전거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부분 잘 모른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삼천리자전거는 2005년 국내 공장의 문을 닫았다.

그대신 중국 업체들로부터 자전거를 들여와 삼천리자전거란 이름으로 국내에 판다. 제품을 만들지는 않고 유통만 하는 셈이다. 사실 고가(高價)의 주문 생산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국산 자전거는 모두 이렇게 판매된다.

오는 4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삼천리자전거의 경기도 의왕 공장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모두가 포기한 국내 생산을 국내 최대 자전거 회사인 삼천리자전거가 재개하는 것이다. 연면적 1만4384㎡(약 4358평), 지상 4층 규모의 이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천리자전거는 연간 10만대 가량의 자전거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전기자전거 올 4월 본격 생산”

삼천리자전거는 이 공장의 성패에 미래를 걸었다. 공장 부지 매입비용 168억원을 포함, 공장 건립에만 총 257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필요한 기술자를 불러 모으는데 100억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 대부분이 새 공장에 들어가는 셈이다. 최대주주인 김석환 대표가 사재 128억원을 털어 증자에 넣은 것도 앞으로 이 공장이 회사를 먹여 살릴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천리자전거는 부가가치가 큰 제품을 우선 국내 공장에서 만들 계획이다. 싸게 만드는 건 중국 업체들이 더 잘 하겠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잘 만드는(well-made) 제품은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봐서다.

이종우 삼천리자전거 재무기획팀장은 “중고가 일반 자전거와 입문자용 산악자전거(MTB), 전기자전거, 주문형 자전거가 의왕 공장에서 주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천리자전거는 특히 전기모터를 단 전기자전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대당 판매가격이 100만원 이상으로 고가여서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서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부합,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대량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또 피자가게 등 배달 위주의 프랜차이즈 업소에서도 전기자전거가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기자전거는 동양강철의 차체와, 삼성SDI의 배터리, 에스피지의 모터, 흥아타이어의 타이어가 장착될 예정이다. 출시 예정일은 오는 4월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전기자전거가 널리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사가 많은 지형이어서 특히 전기자전거의 효용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자전거 사용 인구도 그만큼 많아지는데, 한국이 최근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전기자전거의 미래도 밝다고 덧붙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전거의 등장으로 자전거 산업이 제 2의 부흥기를 맞을 전망"이라며 삼천리자전거 등 자전거 업체를 주목한 바 있다.

◆'자전거에 문화를 입혔다'

자전거 업계의 고민은 전체 시장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자전거는 연간 200만대 수준이다. 대당 평균 판매가격을 30만원으로 가정하면 넉넉잡아 연간 6000억원 시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판매대리점의 납품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삼천리자전거와 같은 제조사의 시장 규모는 더 작다. 1위 업체인 삼천리자전거가 연매출 1000억원을 못 넘기는 이유다.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몇 해 전부터 자전거의 주요 수요층이 초·중·고 학생에서 성인으로 점차 옮겨가자 소비자들이 가격 이외에 품질도 보기 시작했다. 비싼 자전거도 팔릴 수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여기에 자전거 액세서리는 물론, 보호장비와 고글 등의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단순히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을 창출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회사는 이를 ‘자전거에 문화를 입혔다’고 표현했다. 가령 자전거를 테마로 한 여행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걷기 좋은 길을 소재로 제주도 올레길을 관광상품화 했듯이 자전거로 가기 좋은 길을 발굴해 자전거 여행상품을 내놓겠다”는 게 삼천리자전거의 구상이다. 자회사 참좋은레져가 여행사업을 하고 있어 기획만 제대로 하면 상품 출시까지는 금세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후보지 가운데 하나가 4대강 주변이다.

무인자전거 대여 서비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한화S&C, 이노디자인, 산업은행 등과 함께 경기도 고양시의 공공임대 자전거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서비스는 프랑스 파리에서 운행중인 공공임대 자전거 '벨리브(Velib)'가 모델이다. 약 3000대의 자전거가 올해 공급될 예정인데, 삼천리자전거 제품이 쓰일 계획이다.

◆“테마주 아닌, 실적주라 불러 주오”
[탐방]삼천리자전거,"올 4월 전기자전거 본격 양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삼천리자전거는 ‘테마주’에 합류했다. 2008년 2000~3000원에 거래되던 이 회사 주식은 2009년 5월 중순 3만2620원까지 올랐다. 불과 몇 달 만에 주가가 열 배나 상승했다. 서울 시장 시절 버스 전용차로를 잘 정착시킨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전거를 정책으로 지원하자 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렸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시기여서 더 주목을 받았다.

테마 열풍이 한풀 꺽인 이후 최근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1만5000원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고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나,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008년 보다는 훨씬 높다. 실적이 뒷받침 될 것으로 기대되서다.

시장에서는 삼천리자전거가 지난해 800억원 이상의 매출과 7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매출 757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참좋은레져의 자전거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어 당기순이익도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측은 내심 올해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돌파를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참좋은레져의 여행 사업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실적에 부담이다. 기획중인 자전거 여행 사업이 성공하면 자전거 판매 촉진과 여행 사업부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전망이다.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삼천리자전거는 더 이상 테마주가 아니다. 이제는 실적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