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라면업체인 농심이 일부 주력제품의 가격을 인하하자 증권업계에서도 농심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나섰다.

농심은 3일부터 신라면·안성탕면·사발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2.7∼7.1%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3일 전문가들은 라면 가격 인하로 인해 농심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른 원재료비 절감 효과를 웃돌기 때문에 실적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단기적인 실적 훼손 뿐 아니라 과거 원재료 가격 하락 시 누리던 마진 확대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자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이 모든 라면제품 가격을 2% 인하한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연간 280억원의 비용 증가 요인이 생겼다"며 "연초 밀가루 가격이 7% 내려 연간 120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가격 인하로 연간 16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농심의 제품가격 인하는 1999년 안성탕면·김치라면 등의 가격 인하 이후 10년만"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치보다 각각 2.0%, 24.1%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결정력 훼손에 따라 앞으로 원가 부담의 제품가격 전가는 가능하겠지만 과거와 같이 제품가격 인상이 이익 확대 기회로 고스란히 연결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 애널리스트는 전망했다.

이에 주가 상승 여력도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다른 원자재 가격이 일정하다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1%, 13% 늘어날 전망이어서 실적 하락 위험이 낮다"면서도 "문제는 그동안 판가 하방경직성으로 원자재가격 하락 시기에 프리미엄을 받던 농심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에 대한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농심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10.8배로,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상태"라면서도 "만성적인 저평가를 해소할 만한 모멘텀(계기)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가격 인하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등을 고려하면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농심의 라면 가격 인하로 가격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될 전망"이라며 "수익은 하락하겠지만 주가에는 반등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익 전망치 하향을 반영, 증권사들은 농심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이트레이드증권은 농심 목표주가를 종전 26만3000원에서 2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푸르덴셜투자증권(30만원→27만원), 한화증권(28만원→25만3000원), 우리투자증권(26만원→24만원), 하이투자증권(26만6000원→24만원), 대우증권(30만원→28만원) 등도 목표가를 내려잡았다.

이날 오전 10시18분 현재 농심은 전날보다 0.45% 오른 2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