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음 움직인 약관의 공연기획 달인
"패기만 앞세워 막무가내로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안 먹혀요. 공연에 대한 열정을 기업 측에 잘 설명하고 각 기업에 맞는 맞춤식 전략을 써야 합니다. "

5~6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제1회 전국대학생재즈페스티벌을 여는 이명재 기획단장(25)은 공연계에선 '기획의 달인'으로 통한다. 지난 2일 백제예술대 실용음악과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병이지만 삼성 동원 등 대기업과 서울문화재단에서 협찬금을 받아 이번에 대규모 공연을 성사시킨 것.군 복무시절인 2008년 10월부터 16개월간 준비해온 대학생재즈페스티벌은 전국 20개 대학에서 콩쿠르,공연,스태프 등으로 27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감'(20개 대학의 재즈밴드콘서트 무대)의 공연티켓은 이미 동났다.

그는 학생 시절 '백수들의 FUN FUN한 콘서트' '사랑 나눔 콘서트' 등을 기획했고 최근엔 '마로니에 재즈페스티벌''코엑스 재즈페스티벌' 등 10여개 공연을 기획해 성공시킨 바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가 이처럼 공연계에서 기획의 달인으로 통하는 비결은 뭘까. 먼저 성실성과 끈끈한 인맥을 꼽는다. 그가 이번 축제를 위해 발품을 판 곳이 100개 기업과 50개 대학교에 달한다. 이번 공연에 1000여만원을 협찬해준 삼성화재 관계자를 50번 이상 만났다. 인맥관리도 한몫했다. 그간 크고 작은 공연을 기획하면서 안면을 튼 실무자들에게는 꼭 연하장을 보냈고,군 복무 중에도 안부전화를 잊지 않았다. 그는 "공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면 그 가능성을 보고 팸플릿 인쇄비 등을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기업 맞춤형 기획안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똑같은 공연을 협찬받더라도 기업마다 다른 기획안을 내밀었다. 동원데어리푸드에는 '우유의 신선함'과 '젊음의 열정'을 키워드로 덴마크우유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획안을 제출했고,삼성화재 측에는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진 회사 직원이 무대에 서는 것을 도와주는 '직원후생복지프로젝트' 기획안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감동'에 참여하는 재즈 아티스트 신광웅씨와 이정식씨를 섭외하는 과정을 보면 그의 수완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처음 기획안을 들고 갔지만 이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그는 작전을 바꿔 관객으로 다가갔다. 이들의 공연이 끝나면 관객으로 작품에 대해 논하고 진솔하게 대학생재즈페스티벌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이들도 그의 '삼고초려'에 탄복해 이번에 무상으로 출연한다.

그가 공연 기획 · 제작을 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건 '난타' 때문이다. 그는 "난타 공연을 보고 기뻐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공연의 마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의 꿈은 국내 최고의 공연 제작사를 만들고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을 위한 공익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이번 공연 수익금 전액도 음악을 하고 싶지만 여건상 악기도 만질 수 없는 청소년을 위한 '불우청소년 꿈 여건 마련 프로젝트'에 쓸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