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캠리''코롤라' 등 8개 차종의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이 진행 중인 가운데 도요타의 인기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도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도요타의 안일한 대응을 맹비난하고 있고,일본 정부는 도요타에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인용,'프리우스'가 파인 도로나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을 시속 20㎞의 저속으로 주행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1초 정도 순간적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5m 이상 계속 전진하는 사례가 신고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이런 사례는 미국에서 지난 2일까지 102건,일본에서는 2건이 접수됐다. 미국에선 추돌 사고도 4건이 신고됐다. 이 가운데 2건은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다.

브레이크에 대한 불만이 주로 접수되고 있는 차종은 2010년형 신형 '프리우스'다. 이 모델은 작년 5월부터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최신형으로 모두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름으로 작동하는 유압식 브레이크와 자체 발전으로 충전하는 회전식 브레이크가 상호 변환하는 순간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진과 모터를 병행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유압식 브레이크뿐 아니라 회전식 브레이크도 장착돼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과 관련,이날 도요타에 원인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프리우스에 대한 리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레이 러후드 미국 교통장관은 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요타가 가속페달의 안전성에 문제점이 드러난 후에도 안일한 대응을 하다가 교통부의 압력에 못 이겨 리콜에 나섰다"며 "도요타가 '안전 불감증'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CNN은 NHTSA가 도요타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도요타 차량의 결함이 가속페달 외에 전자식 가속제어 시스템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전자제어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연료 주입량이 비정상적으로 조정돼 가속페달이 제대로 작동해도 급발진이나 폭주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는 오는 25일 차량 급발진 원인과 이후 대처 과정이 적절했는지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도 다음 주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이나바 요시미 도요타 북미 법인 최고경영자(CEO) 등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한다.

미국은 일본 정부에 미국산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보조금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친환경차를 둘러싸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내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일 "미국 자동차산업의 부활을 목표로 오바마 정권과 의회가 도요타 때리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차분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