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작년 1월 말 "올해(2009년) 중남미 지역에서 400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EU(유럽연합) 등 선진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과도한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급성장하는 중남미 신흥시장에 주목한 것.당시 지경부는 수출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모아 놓고 '중남미 지역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1년이 흐른 지금 결과는 형편없다. 지난해 중남미 수출은 257억달러로 400억달러는커녕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 감소폭(13.7%)보다도 부진한 성적이다.

이에 따라 중남미 시장의 수출 비중도 낮아졌다. 원래 목표대로라면 중남미 수출 비중이 10% 안팎은 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2008년 7.8%에서 지난해 7.3%로 감소했고 올해 1월에는 5.6%까지 줄었다. 반면 중국 수출 비중은 2008년 21.7%에서 지난해 23.8%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30%에 육박했다.

이처럼 특정 국가에 수출이 집중된 나라는 주요 수출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이 긴축에 나서면 중국 의존도가 심한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이란 게 정부가 마음먹은 대로 될 수만은 없는 일이긴 하다. "수출은 결국 기업들이 하는 일인데…"라는 지경부 공무원들의 해명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은 채 기업들만 쳐다볼 일도 아니다. 지경부는 이미 여러 차례 '수출 다변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경부는 연초부터 '+30억 시장'이란 용어를 사용해가며 기존 선진시장 외에 신흥시장으로 수출 판로를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일 '1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하면서도 "중국 수출 비중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게 우리의 취약점이다.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천이다. 작년처럼 '중남미 수출 400억달러'라고 구호만 외쳐서는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이 걸리는 상황'을 결코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된 이후 주요국들 간 무역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출을 다변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