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특정한 상황이나 시기와 맞아 떨어지는, 즉 시기 적절한 유용성을 지닌 ‘timely’ 지식과 시간의 흐름과 무관한 것으로 특정한 시기에 한정되지 않는 영원불변의 ‘timeless’ 지식이 그것이다. 전자를 후자처럼 사용할 때 애너크로니즘(anachronism, 시대착오적 관습/생각)의 함정에 빠질 위험은 커진다. 따라서 이 두 종류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 내에는 수 많은 가설과 소수의 법칙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두 종류의 지식이 다른 것처럼 ‘가설’과 ‘법칙’은 서로 다른 것이다. 하나의 가설은 논리와 과학이 요구하는 체계적 과정을 통해 입증되어야만 비로소 법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자본시장에는 가설과 법칙이 뒤섞여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설이 때로는 법칙으로 둔갑하여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위험한 현상이다.

주식투자에서 매수를 한 후에 장기간 보유하는 바이앤드홀드(buy-and-hold) 전략이야말로 최고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절대우월전략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수 많은 교재와 업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회사들의 광고문구를 통하여 바이앤드홀드 전략의 우수성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을 통해 조망해보자.

바이앤드홀드 전략의 대안은 역동적 배분(dynamic/tactical allocation) 전략이다. 이 두 전략의 효용 차이를 결정짓는 함수는 기대수익률, 변동성, 그리고 매매비용이다. 기대수익률과 매매비용이 높으면서 변동성은 낮은 조합이 이루어질 때 바이앤드홀드 전략은 빛을 발한다. 특히 주식 매수 후 보유기간 2년 미만의 단기전략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비대칭적으로 큰 비중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변동성에 대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2004년 1분기 말로 돌아가보자. 당시 코스피의 변동성은 2000년에 거의 50%까지 상승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0%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또 다른 변수인 기대수익률도 변동성에 뒤지지 않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999년 말, 전년 동기 대비 -5%대까지 하락했던 전세계 대출증가율은 미국의 자본시장법(Gramm-Leach-Bliley) 도입과 함께 상승하기 시작하여 이미 15%대에 달하고 있었다(출처: BIS). 유동성이 증가하면 금융자산의 명목가치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저(低) 변동성 환경에서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무려 16년에 걸쳐 시장을 속박해왔던 <하단 500, 상단 1,000>의 사슬을 끊고 벗어난 것은 물론이고 2007년에는 (순간이나마) 주가지수 2,000까지 확인하는 눈부신 상승을 보였다.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것이 컨센서스지만 아직도 세계경제의 디레버리지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 코스피 변동성의 하단은 이전 사이클에 비해 약 6% 정도 높아진 상황이고 향후 20%에서 30% 사이에서 형성될 확률이 높다. 이 가정 하에서 역동적 배분 전략과 바이앤드홀드 전략의 효용을 선험적으로 분석해보자.

분석의 가정은 다음과 같다. 총 1억원의 자금 중 3분의 2인 6,667만원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유한 후, 두 개의 다른 전략에 의해 자금을 운용한다. 주식시장의 랜덤 성향을 감안하여 월별 주가 변동을 무작위로 시뮬레이션 한다.

1. 바이앤드홀드 전략: 현금에 적용되는 금리를 3%로 가정하고, 아무런 매매 없이 포트폴리오 주식을 24개월 간 보유한다.

2. 역동적 배분 전략: 원금보존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우선 원금을 기준으로 하는 <최소목표주식가치>를 정하고 이를 <주식가치>와 지속적으로 비교한다. <주식가치>가 10% 이상 상승하면 <최소목표주식가치>를 상회하는 초과 분을 팔아 이익을 실현한다. 반면 10% 이상 하락하면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추가 매입하여 보유주식의 평균매입가를 낮춘다. 매입의 경우, 추가적인 현금투입을 의미하기 때문에 <최소목표주식가치>가 높아진다. 반대로 이익실현은 <주식가치>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최소목표주식가치>는 6,667만원에서 변하지 않는다. 매매 비용의 영향을 감안하여 최소 매입/매도 규모를 <주식가치>의 1%로 정하고, 그 미만인 경우에는 매매를 하지 않는다.

위의 그림은 연 기대수익률 20%와 시장변동성 10%의 가정 하에 실행한 (한번의) 시뮬레이션의 결과다. 바이앤드홀드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역동적 배분 포트폴리오의 가치보다 약 1000만 원 이상 많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5만번에 걸쳐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바이앤드홀드 전략이 역동적 배분 전략을 이길 확률은 약 91%에 달한다. 앞서 말했듯이 높은 기대수익률과 낮은 시장변동성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바이앤드홀드 전략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하지만 현재의 실제 상황과 위와 가정 사이에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저성장 국면과 유동성 증발의 조합은 필연적으로 기대수익률을 끌어내린다. 향후에 다가올 기업이익 사이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지 가능한 자본이익률에 기초하여 기대수익률을 12%로 가정하고 시장변동성을 현 수준인 20%에 맞추면 사뭇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바이앤드홀드 전략이 역동적 배분 전략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약 42%로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확대된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S&P500 인덱스를 상기 조건에 따라 매매했다면 바이앤드홀드 잔략 하에서 투자원금 1억원은 8,292만원으로 줄어든다. 역동적 배분 전략 하에서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거의 변화가 없는 9,964만원이다. 무려 17%에 달하는 수익률 차이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더 컸다. 동기간 코스피를 같은 조건으로 매매했을 때 바이앤드홀드 전략의 수익률은 -7%이지만 역동적 배분 전략의 수익률은 13%로서 차이가 거의 20%에 달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분석기간을 시장이 강했던 지난 1년으로 국한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시장의 초 강세 랠리에도 불구하고 바이앤드홀드 전략의 초과수익률은 고작 2.6%에 불과했다. 이는 현 경제/시장 상황에서는 역동적 배분 전략이 구조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다.

위, 아래 10%를 기준으로 ‘무조건’ 사고 파는 상기 전략이 이 정도로 우월하다면 지식과 정보커브 상단에 위치한 전문가들이 비대칭적인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달성하게 될 초과수익은 얼마나 크겠는가? 단순 명료한 이해전달을 위해 여기에서는 역동적 배분 전략을 주식 일부를 단순히 사고, 파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실제 상황에서의 역동적 배분 포트폴리오는 각종 주식, 채권, 그리고 상품의 엑스포져를 조합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구성된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투자 집단은 대학 기금인데 842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대학 기금의 자산 구성은 주식 32%, 채권 13%, 역동적 배분/절대수익 전략 51%, 기타자산 4%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학 기금보다 한 발짝 늦긴 했지만 몇몇 선진국의 국민연금들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의 금융허브인 스위스의 국민연금은 현재 주식 27%, 채권 36%, 역동적 배분/절대수익 전략 29%의 포트폴리오로 이루어져 있다 (출처: Towers Watson, 『Too Many Eggs in Alternative Basket』, <Financial Times>, 2010년 2월 1일).

어린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키가 쑥쑥 자라듯이 경제와 자본시장에도 라이프사이클이 존재한다. 과거를 기준으로 볼 때, 주식을 한번 사면 그냥 묻어두고 장기간 보유하는 바이앤드홀드 전략은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우월전략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경제와 자본시장은 키가 클 대로 커버린 성인과 같다. 성인이 된 후에는 (저절로 신체가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신체가 발달하기도, 혹은 망가지기도 한다. 기대수익률과 시장변동성이라는 변수(variable)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분석과정을 통하여 바이앤드홀드 전략과 역동적 배분 전략 사이에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알프레드 박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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