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사진)는 3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바로 다음에 와야 하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 등) 다른 사안으로 인해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집중을 흐트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한 · 미 간 조율과 관련,"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리가 이보다 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우리는 정상회담 가능성을 포함한 한국 정부와 북한의 고위급 대화 제안이나 전망에 대해 긴밀히 협의했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북핵 문제와 관련,"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2005년(9 · 19 공동성명)과 2007년(2 · 13 합의)에 취해진 조치를 다시 약속하기 전에는 제재 해제나 평화협정과 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6자회담 재개라는 핵심적인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복귀하고 다시 한번 2005년과 2007년의 입장을 약속한다면 다양한 사안들에 관해 양자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관련된 다른 조치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는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문제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강력한 파트너 국가로서 (전작권 반환에 관한 한국 내부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양국 고위 지도자들 간 더욱 대화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캠벨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말 김태영 국방장관이 "북한이 강성대국을 목표로 삼고 있는 2012년에 우리에게 전작권이 넘어오는 것은 매우 나쁜 상황"이라고 언급한 이후 재검토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 측에 전작권 이양 시기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벨 차관보는 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및 북핵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 케이블 방송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관련국 간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며 "원칙에 맞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