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풀어 데이터 폭발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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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4월까지 할당…사용기간 2011년부터 10년
와이브로 등 투자 조건‥SK텔·KT·LG텔 각축전
와이브로 등 투자 조건‥SK텔·KT·LG텔 각축전
'이동통신의 혈관'인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통신회사 간 경쟁이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800 · 900㎒와 2.1㎓ 대역 주파수의 할당 계획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주파수 재배치가 본격화되면서 4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는 물론 무선인터넷 경쟁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금주파수' 독점 깨진다
이번에 할당되는 주파수 중 관심을 끄는 것은 800 · 900㎒ 저주파수 대역이다. 내년 6월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800㎒는 SK텔레콤이 그동안 독점해 왔고,900㎒는 공공용으로 쓰였다. 방통위는 이들 대역에서 각각 20㎒를 회수해 저주파수가 없는 KT와 LG텔레콤 등에 나눠줄 계획이다. 사용기간은 2011년 7월1일부터 10년간이다.
800 · 900㎒ 대역은 전파 굴절이나 회절도가 높아 수신 감도가 뛰어나고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된다. KT와 LG텔레콤이 기지국 투자를 많이 하고도 SK텔레콤에 비해 통화품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사업자들이 많이 사용해 글로벌 로밍이 잘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방통위는 경쟁 촉진을 위해 SK텔레콤은 저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SK텔레콤은 보유 중인 50㎒ 중 20㎒를 반납,황금 주파수 독점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3G 주파수인 2.1㎓ 대역의 경우 남아 있는 40㎒ 중 20㎒를 기존 사업자 등에 할당하고 나머지는 제4 이동통신사 출현 등에 대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이용 기간은 기존 2.1㎓ 대역 만료일(2016년 12월)까지 6년6개월이다. 이들 주파수의 할당 대가는 이용 기간의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을 고려해 총 1조2865억~1조3727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800 · 900㎒를 받는 사업자는 4500억~5370억원,2.1㎓를 받는 사업자는 226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내달 할당 계획을 공고한 뒤 심사를 거쳐 오는 4월 주파수를 나눠줄 계획이다.
◆4G,데이터 폭발시대 대비한다
방통위는 주파수 할당 승인 요건으로 와이브로 투자의 성실한 이행을 내걸었다. 신규 주파수를 3G 이상의 서비스에 이용하되,OFDMA 등 신규 전송 방식을 도입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경우 KT와 SK텔레콤 등 와이브로 사업자는 사업 허가 때 약속한 투자를 이행해야 한다. 와이브로 사업자가 아닌 LG텔레콤은 기존 주파수를 모두 소진해야 가능하다. OFDMA는 유럽이 주도하는 롱텀에볼루션(LTE)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신규 주파수가 LTE에 활용되는 것을 사실상 제한한 것이다. 다만 4G 기술에 대해서는 조건을 붙이지 않아 차세대 서비스 투자에 대한 길을 열어놓았다.
방통위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망구축 의무 조항을 포함시켰다. 새로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업자는 기존 전국사업자의 평균 기지국 수를 기준으로 3년 내 15%,5년 내 30%의 기지국을 각각 구축해야 한다. 주파수가 재배치되면 각 사업자들은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1.8㎓ 대역만을 보유한 LG텔레콤도 2가지 주파수를 확보하게 돼 국내 통신시장은 본격적인 멀티 네트워크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주파수 확보전쟁 본격화
방통위는 800 · 900㎒ 대역의 경우 하나의 신청단위로 해 고득점 순으로 선택권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를 감안할 때 신규 사업자의 참여 가능성은 낮아 KT와 LG텔레콤이 할당받을 가능성이 높다. LG텔레콤은 800㎒ 대역을,KT는 900㎒ 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은 주파수가 확보되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4G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KT는 3G망을 현재 2.1㎒와 함께 800 · 900㎒ 대역 등 이중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무선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해 현재 주파수 용량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저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면 통화품질을 더욱 높이고 '데이터 폭발' 시대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2.1㎓ 대역의 관심은 낮은 상태다. KT와 LG텔레콤 모두 저주파수에 관심을 보여 SK텔레콤만이 할당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은 3G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주파수 추가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